시즌 기록만 보면 무게감은 한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기록에서 뒤져있던 류현진(30·LA 다저스)은 리그 최고 유망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6·세인트루이스)에 견주어 전혀 밀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양 팀이 1-1로 맞선 다저스의 7회 공격 류현진 타석에서 대타 오스틴 반스와 교체되며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에게는 소득이 분명했던 경기였다. 류현진은 6이닝을 투구수 77개로 틀어막았다. 선발투수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뽐낸 것이다. 한 이닝에 15구 이상 던진 것도 4회(18구) 한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6회 투구수는 6개로 이날 등판의 백미였다.
올 시즌 가장 깔끔했던 투구. 그러나 승패 없이 물러났다. 1-1 동점상황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류현진만큼이나 빛난 건 상대 선발 마르티네스였다.
지난 2013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마르티네스는 2015시즌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31경기(29경기 선발) 등판해 14승7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1경기서 모두 선발등판, 16승9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이제 26살의 나이는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안겨줄 법하지만 2년 연속 10승은 이미 검증을 끝낸 선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은 10경기에 등판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3승4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 중이다. 류현진에 비해 훨씬 빼어난 내용이었다.
선발 매치업이 발표됐을 때 균형은 마르티네스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기대대로, 류현진은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이며 명품 투수전을 뽐냈다.
마르티네스는 이날 경기서 8이닝 4피안타 3볼넷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회부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병살타로 솎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3회부터 6회까지 볼넷 두 개만을 내줬을뿐 삼진 네 개를 곁들이며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팀이 1-1로 맞선 8회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지만 덱스터 파울러가 솔로포를 때려내며 마르티네스의 승리 요건이 채워졌다. 그리고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1이닝 무실점으로 마르티네스의 시즌 4승이 완성됐다.
이름값에서는 한 쪽이 앞섰지만 마운드에 서자 그런 계급장은 사라졌다. 부시스타디움을 화끈하게 달군 명품 투수전이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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