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30·LA 다저스)은 승부사 기질을 마음껏 뽐냈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비록 아깝게 시즌 3승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등판 중 가장 깔끔한 내용이었다. 종전 4.28이던 평균자책점은 3.91까지 끌어내렸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사실상 지난 2년을 놓친 류현진은 올 시범경기부터 반등의 기지개를 켰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네 차례 등판해 1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선발 한 자리를 따내게 만든 호투였다.
그러나 정규 시즌이 시작되자 딴판으로 변했다. 첫 두 경기서 나란히 4⅔이닝을 소화했다. 첫 경기인 4월 8일 콜로라도 원정서 4⅔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14일 시카고 컵스전과 19일 콜로라도전에서는 나란히 4실점했다.
25일 샌프란시스코 원정서는 6이닝 1실점으로 복귀 후 가장 좋은 내용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네 경기서 4패만을 기록했다.
기대하던 첫 승은 다섯 번째 경기서 나왔다. 류현진은 5월 1일 필라델피아전서 5⅓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후 1승1패를 더 거둔 류현진은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클레이튼 커쇼를 필두로 마에다 켄타, 리치 힐, 브랜든 맥카시, 알렉스 우드 등 5선발이 탄탄히 돌아갔다. 부진했던 류현진의 자리는 없었다.
선발진에서 밀린 류현진은 26일 세인트루이스전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4이닝 2피안타 무실점. 깔끔한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올렸다.
이내 선발진에 공석이 생기자 류현진이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다저스 투수진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던 알렉스 우드가 10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드는 올 시즌 10경기(8경기 선발)에서 6승무패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 중이었다. 25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내달리던 30일, DL에 올랐다.
우드의 예상 등판일은 1일 세인트루이스전. 그 자리를 류현진이 꿰찼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깔끔한 투구로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단지 6이닝 1실점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투구수 77개로 6이닝을 막으며 이닝 소화 능력을 뽐낸 것이다.
'괴물'의 질주는 잠시 멈췄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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