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은 류현진(30·LA 다저스)이 혼신의 역투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붙은 모습으로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77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비록 팀 타선의 지원이 없어 시즌 3승을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평균자책점은 종전 4.28에서 3.91로 떨어뜨렸다.
지난 5월 19일 마이애미전 시즌 2승 수확 이후 불펜에서 대기를 했던 류현진이었다. 다저스의 두꺼운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밀렸다. 그 때문에 5월 26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나와 4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하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세이브라는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썩 기분 좋은 등판은 아니었다.
그런 류현진은 알렉스 우드의 부상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임시 선발’에 가까운 성격이었지만 착실하게 이날 등판에 대비한 류현진은 자신이 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들어갈 만한 자격이 있음을 과시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올 시즌 들어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던 패스트볼의 구위가 살아났다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었다.
류현진의 빠른 공 구속은 전성기보다 1~2마일 정도가 떨어졌다. 이에 제구가 안 되면 장타를 허용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 류현진도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4월에는 “패스트볼보다는 당분간 변화구 비중을 높여가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인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은 분명 속도감이 있었다. 최고 구속은 92마일(148㎞) 정도였지만 제구를 동반한 패스트볼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지난 26일 등판에서는 패스트볼 구속이 80마일 중반대까지 떨어지며 변화구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날은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투구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변화구 위주의 승부는 상대가 말려들지 않으면 아무래도 투구수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날은 그런 필요가 없었다.
4회 저코의 타석은 상징적이었다. 2S 상황에서 포수 그랜달이 사인을 내자 류현진은 한참 사인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랜달이 잠시 마운드에 올라와 류현진과 의사를 나눴고, 그랜달은 더 이상 사인을 내지 않고 류현진의 뜻에 따랐다. 결국 류현진은 연달아 높은 쪽 패스트볼을 던졌고 결국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류현진의 달라진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그 자신감은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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