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린 러프(삼성)의 5월은 한없이 찬란했다.
타격 부진으로 잠시 2군에 머물며 재충전을 마친 러프는 5월 한달간 타율 3할3푼(94타수 31안타) 7홈런 23타점으로 불을 뿜었다. 세 차례 결승타를 터뜨리며 4번 타자로서 위용을 제대로 보여줬다.
시작과 끝 모두 러프의 몫이었다. 2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복귀한 러프. 타격 훈련 때 수 차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던 러프는 연장 혈투의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러프는 5-5로 맞선 연장 10회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두산 좌완 이현승의 1구째 슬라이더(130km)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비거리는 110m. 삼성은 두산을 6-5로 꺾고 홈팬들에게 귀중한 승리를 선사했다.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감격스럽고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무엇보다 팀을 승리로 이끌어 기쁘다"는 게 러프의 소감.
타석에서 자신감이 결여됐던 옛 모습은 잊어도 좋다. 러프가 타석에 들어설때마다 한 방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들 만큼 믿음직스럽다. 구단 관계자 또한 "러프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접었다"고 활짝 웃었다. 한 방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타격 능력은 단연 돋보였다. 누상에 주자가 없을때 출루에 초점을 맞추고 득점 찬스에서는 해결사 본능을 발휘한다.
5월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러프의 활약은 돋보였다. 러프는 31일 대구 롯데전서 승부처마다 타점을 생산하며 11-4 승리에 이바지했다.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러프는 4회 무사 2,3루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했고 3-1로 앞선 6회 무사 1,2루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러프는 9-3으로 앞선 7회 1사 2루서 롯데 세 번째 투수 이명우와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직구(140km)를 받아쳐 120m 짜리 좌중월 투런 아치를 터뜨렸다. 시즌 9호째. 롯데의 추격 의지를 잠재우는 카운트 펀치였다.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2득점 불방망이를 휘두른 러프는 "이번 시리즈 내내 직구를 못쳤는데 직구 타이밍에 맞춰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홈런을 몇 개 치겠다는 목표는 없고 팀이 필요할때 좋은 타격을 하는게 중요하다. 팀 승리에 도움된다면 장타든 단타든 상관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악몽같은 4월을 보냈던 러프는 5월 들어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보여줬다. 뛰어난 야구 실력 뿐만 아니라 성실한 훈련 태도, 팀 퍼스트 정신, 동료들과의 관계 등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삼성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야마이코 나바로에 대한 추억은 잊어도 좋다. 이제 러프가 대세다.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