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만루홈런을 아들이 대를 이어 달성했다. SK의 김동엽(27) 이야기다. 올 시즌 김동엽이 홈런을 때렸을 때 SK는 10승1무를 기록 중이다. 그는 그렇게 팀의 '승리요정'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동엽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3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홈런)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0-1로 뒤지던 3회 2사 만루서 때려낸 그랜드슬램이 결정적이었다. 김동엽의 시즌 11호 대포이자 데뷔 첫 만루홈런.
김동엽은 31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만루홈런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인데 뭔가 다르긴 하더라. 스윙 한 번으로 4타점이 올라간다. 그 자체가 팀에 보탬이 되는 거니까 기분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김동엽은 "경기 전 훈련 때부터 감이 좋았다.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노리고 있던 공이 스윗 스팟에 제대로 걸리며 홈런이 된 것 같다"고 한발 물러났다.
데뷔 첫 만루포. 김동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만루에서 타율 4할(10타수 4안타) 8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홈런이 없었을뿐 제몫을 다했다. 그러나 김동엽은 "만루 기회에서 홈런을 때리지 못했던 점이 늘 아쉬웠다. 오히려 힘이 너무 들어갔다. '내 밸런스대로 쳐보자'라고 생각한 채 타석에 들어섰던 게 데뷔 첫 만루홈런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동엽의 아버지 김상국(은퇴) 씨는 지난 1986년 빙그레에서 데뷔해 1997년 은퇴할 때까지 12년간 57홈런을 때린 '공격형 포수'였다. 그러나 그가 때린 57홈런 중 만루홈런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를 이어 만루홈런의 숙원을 달성한 것이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김동엽은 "그런가. 그것까진 몰랐다. 집에 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려야겠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SK는 올 시즌 다른 누구도 아닌 김동엽의 홈런을 갈구하고 있다. 김동엽은 올 시즌 '멀티 홈런' 경기 없이 11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SK는 그 경기에서 10승 1무를 기록 중이다. 김동엽이 홈런을 때리면 지지 않는 것. KBO식으로 승률을 따지자면 100%다.
물론 중심타선의 홈런이 팀 승리를 이끄는 지름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동엽의 홈런은 순도도 일품이다. 김동엽이 때려낸 11홈런 중 솔로홈런은 네 개다. 투런포와 3점포 모두 세 개씩. 그리고 이날 데뷔 첫 만루홈런으로 고감도 타점 본능을 자랑했다. NC 재비어 스크럭스(홈런시 12경기 전승) 다음으로 높은 승률.
김동엽은 "승리요정이라는 별명이 너무 좋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한)동민이 형이 '동미니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게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 나 역시 승리요정이라고 불리니 괜찮다. 내가 홈런을 친 경기에서 성적이 좋다는 걸 알고 있다. 의식을 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도 기분이 정말 행복하다"라고 설명했다.
SK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승리요정 김동엽. 리그 홈런 선두 최정(16홈런)과 2위 한동민(15홈런)보다 홈런 개수는 적은 상황. 그러나 팀 승리를 이끄는 파랑새는 오히려 김동엽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