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간도-로사리오 배터리, 별도의 벤치 사인 NO
출퇴근 시간 자유롭게, 추가 훈련은 자발적으로
전에 알던 한화가 아니다. 깜짝 4연승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한화에 '자율'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3일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 시작부터 4연패를 당하며 시즌 팀 최다 8연패 늪에 빠졌지만, 27일 마산 NC전에서 연패를 끊는 첫 승을 시작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2연속 위닝시리즈로 시즌 첫 4연승을 질주한 것이다. 성적만 달라진 게 아니다.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선수 각자 알아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율이 빠르게 스며들었다.
▲ 오간도-로사리오, 벤치 사인 NO
알렉시 오간도와 윌린 로사리오는 31일 두산전에서 KBO 최초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배터리를 이뤘다. 오간도가 "로사리오와 호흡을 한 번 맞춰보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코칭스태프에서 바로 받아들였다. 그게 지난 주말의 일이다. 포수 포지션에 애정이 큰 로사리오가 의욕을 보이자 이상군 감독대행도 '외국인 포수는 안 된다'는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적인 배터리를 내세웠다.
놀라운 건 오간도-로사리오에게 벤치 사인이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화 신경현 배터리코치는 "경기 전 상대팀 브리핑을 충분히 했고, 벤치에서 따로 사인을 낼 필요없었다. 로사리오와 오간도에게 '너희들끼리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말했다. 둘이서 의사소통이 잘 되니 벤치를 보지 않고 잘하더라"고 이야기했다.
국내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춰도 벤치 눈치를 보지 않기 어려운데 오간도-로사리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로사리오는 6회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 오간도와 사인 체계를 바꾸며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기민함까지 보였다. 이 역시 벤치 지시는 없었다. 로사리오 스스로 "6회까지 똑같은 사인만 내서 바꾼 것이다"며 스스로 움직였다. 로사리오 지시에 따른 오간도도 위기를 잘 넘겼다.
외국인선수들뿐만 아니라 처음 1군에 올라온 2년차 중고신인 포수 박상언도 벤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지난달 24~25일 대전 KIA전에서 어느 정도 승부가 기운 시점에 교체 투입됐지만 수비에서 흔들림 없이 침착한 플레이를 했다. 이상군 대행은 "처음이라 긴장될텐데도 덕아웃 쪽을 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칭찬했다. 선수 각자 스스로 풀어나가는 분위기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 자유로운 출퇴근, 각자 리듬에 맞춰
전임 감독 시절과 비교해 선수들의 출퇴근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까진 매일 밤 늦게 전해지는 훈련 스케줄로 인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각자 알아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시켜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지 못했다. 경기 전 조기 출근, 경기 후 야간 특타로 대변되던,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답답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홈경기에선 선수 각자 전체 팀 훈련시간 안에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한화 관계자들은 "요즘 선수들이 알아서 일찍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훈련과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전에는 수동적이었다면 이젠 선수 본인들이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두산전을 마친 뒤 김태균과 로사리오가 자진해서 야간 특타를 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 이상군 대행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코치들이 훈련을 돕겠다고 했는데 퇴근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 본인들끼리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도록 했다. 프로다운 모습이 몸에 잘 배어있는 선수들이다"고 흐뭇해했다.
물론 선수단이 지켜야 할 규칙은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그 범위 안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재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한화의 한 선수는 "이제야 우리도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억눌렸던 선수들의 표정부터 달라졌다. 경기와 훈련 모두 선수 개개인 특성과 의사가 존중받자 덕아웃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깜짝 4연승이란 경기력으로 즉시 나타나는 중이다. 한화도 이제는 자율야구를 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