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최형우(KIA).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중량감 있는 4번타자들이다. 이런 파워 넘치는 4번타자를 보유하지 못한 팀은 4번에 대한 고민이 늘 있기 마련이다.
최근 LG와 넥센은 '임시' 4번타자를 기용하고 있다. 먼저 LG는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가 부진하면서 4번 타순에 양석환이 출장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31일 넥센전에 히메네스가 어깨 통증으로 결장하면서 양석환이 4번타자로 나섰다. 양상문 LG 감독은 '4번타자 양석환'에 대해 "최근 (팀내 타자들 중) 가장 안정적이다. 찬스에 확률도 높은 편이다"며 "멘탈도 강한 편이다. 타순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편이라 4번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4번이라는 자리에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것.
양석환은 4월 중순부터 정성훈을 대신해 주전 1루수로 자리잡았다. 31일 4번으로 나선 양석환은 1회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후 3차례 타석에선 범타,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4번 타순에서 타율 2할8푼6리(14타수 4안타) 3타점. 2루타 3개로 장타율(0.500)이 괜찮은 것은 앞으로 기대가 된다.
양석환은 득점권에서 좋은 타율을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이 2할8푼6리인 그는 득점권에선 타율 4할(35타수 14안타)이다. 득점권에서 장타율 6할8푼6리로 시즌 장타율 4할2푼1리보다 크게 높아 네임 밸류는 떨어지지만 실속있는 4번이 될 수 있다. 물론 LG로서 가장 좋은 것은 히메네스가 부진에서 벗어나 타격감을 찾고, 양석환이 5~6번을 치는 것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30~31일 이틀 연속 4번타자로 김하성을 내세웠다. 장 감독은 "채태인이 허벅지 통증으로 선발에서 빠지면서 김하성을 4번으로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최근 넥센은 윤석민, 이택근, 채태인 등이 돌아가면서 4번을 쳤다. 장 감독은 '채태인 4번'이 가장 적격이라는 의견.
채태인의 잔부상으로 김하성이 2경기 연속 4번으로 출장했다. 장 감독은 김하성에 대해 "중심 역할을 해 줄 타자다. 능력 있는 선수로, 파워가 붙으면 장차 강정호처럼 성장할 수 있는 내야수"라며 "4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중심타선(3~5번)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중심 타선에서 장타율이 높고, 득점권에서 좋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시즌 타율은 2할5푼에 그치고 있지만(시즌 초반 워낙 부진했다), 득점권에서는 타율 3할1푼1리(45타수 14안타)로 높다. 게다가 홈런 5개 등 장타율이 6할8푼9리로 높다. 찬스에서 해결해야 하는 4번타자로 가능성이 있다.
김하성은 4번타자로 출장한 LG와의 2경기에서 7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4번 타순에서 3경기 11타수 2안타(0.182)다. 그렇지만 5번에선 타율 2할9푼2리(48타수 14안타) 10타점으로 괜찮은 내용이다. 채태인이 복귀하면 5번으로 주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석환이나 김하성 모두 '임시 4번타자'다. 하지만 때로는 자리가 선수를 만들 때도 있다. 4번타자가 무조건 홈런을 많이 치는 거포의 자리는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율이 조금 낮더라도, 득점권 타율이 높거나 타율 대비 장타율이 높은 타자가 4번을 치기도 한다. /orange@osen.co.kr
[사진] LG 양석환-넥센 김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