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깜짝 승부수가 통했다. '포수 로사리오'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한화는 31일 대전 두산전에서 선발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배터리 호흡을 맞출 포수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8)를 낙점했다. KBO리그 사상 두 번째 외국인선수끼리 투수·포수 배터리를 이룬 가운데 도미니카공화국 배터리는 최초였다. 한화 구단에서 이날 '도미니카공화국의 날'을 준비했는데 그 의미를 더한 하루였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경기 전 로사리오의 포수 출장과 관련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주면 안 좋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로사리오가 (포수 출장과 관련) 선수들과 오해를 푼 만큼 선발 포수로 쓰기로 했다. 로사리오 본인도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활약한 만큼 자신 있어 하고, 오간도도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편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4월14일 대전 두산전에서 KBO리그 첫 포수로 선발출장한 로사리오는 당시 국내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 2-17 대패를 당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오간도와 호흡을 맞추는 데 적응이 따로 필요없었다.
1회 첫 이닝부터 로사리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2사 후 닉 에반스 타석. 볼카운트 3-1에서 오간도의 5구째 직구가 몸쪽으로 들어왔다. 몸쪽 살짝 벗어난 볼로 판단한 에반스가 1루로 걸어나가려는 동작을 취했지만, 구심을 맡은 권영철 심판위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로사리오의 프레이밍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이어 에반스가 받아친 6구째 공이 포수 앞 느린 땅볼이 됐다. 다소 애매한 타구였지만 로사리오는 당황하지 않고 날쌘 움직임을 보였다. 재빨리 오른손으로 공을 잡은 뒤 자연스럽게 한 바퀴 돌아 1루로 송구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 송구는 1루수 김회성의 미트 속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3회 2사 2루에선 민병헌에게 던진 오간도의 초구가 바깥쪽 원바운드 볼이 됐지만 로사리오의 반응 속도가 빨랐다. 몸으로 블로킹한 뒤 옆으로 튄 공을 마스크 벗고 쫓는 넥스트 플레이가 번개같았다.
볼 배합에 있어서도 직구 중심으로 카운트를 잡으며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활용했다. 삼진이 3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빠른 승부로 손쉽게 맞혀 잡는 피칭이 이어졌다. 오간도의 투구 템포도 빨랐지만 로사리오 역시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공을 넘겨주는 빠른 템포로 보조를 맞췄다. 5~6회 투구수가 증가하며 흔들렸지만 오간도는 1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오간도는 6회까지 총 108개 공을 던지며 4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고, 로사리오는 7회 수비부터 차일목에게 안방을 넘긴 채 주포지션 1루로 이동했다. 타격에서도 8회 우전 안타를 때리는 등 2타수 1안타 2사사구로 활약햇다. 공수에서 존재감을 빛낸 로사리오의 활약으로 한화는 3-1 승리,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 2연속 위닝시리즈로 기세를 올렸다.
경기 후 로사리오는 "팀이 이겨서 기쁘다.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 좋고, 앞으로 더 많은 포수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포수를 한 지 3년이 돼 1회 긴장했지만 2회 이후에는 자신감을 찾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간도와 성공적인 호흡으로 팀 승리를 이끌며 '도미니칸 데이'를 빛낸 로사리오. 앞으로도 오간도 전담 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는 또 하나의 카드를 손에 넣는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