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투수 윤희상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SK는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4-3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문승원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선도 9안타로 LG 마운드를 두들겼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정작 경기가 끝난 뒤 나왔다. SK는 이날 경기를 '스포테인먼트 10주년 기념경기'로 선정했다. 2007년 스포테인먼트를 처음 도입한 SK는 그 해 5월26일 인천 KIA전에서 이만수 당시 수석코치가 속옷만 입고 그라운드를 도는 '팬티 퍼포먼스'로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10주년을 축하하는 날답게 스케일이 화려했다. 클리닝타임에 재활 중인 '에이스' 김광현이 깜짝 등장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건 그 신호탄이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선수단과 감독이 함께 코스튬플레이를 펼친 데 이어 응원단상에서 팬들과 SK를 상징하는 '연안부두'를 불렀다.
코스튬플레이의 선봉장은 다름 아닌 힐만 감독이었다. 힐만 감독은 '의리'를 외치는 탤런트 김보성으로 분장해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힐만 감독은 3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당시를 추억했다.
힐만 감독이 한국 배우 김보성을 원래 알았을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그가 김보성 코스튬플레이를 할 수 있던 것은 구단의 제안 때문이었다. 힐만 감독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텔레비전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다. 김보성 씨의 캐릭터를 잘 모르기 때문에 100% 소화를 못했을까 염려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기우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김보성 씨의 유행어 '의리!'를 외칠 만큼 완전히 캐릭터에 빠져있었다.
이동 중 종종 버스를 타는 힐만 감독은 코스튬플레이 이후 김보성이 나온 영상을 버스에서 우연히 접했다. 힐만 감독은 "너무 신기해서 버스에서 '의리!'를 외쳤다"라고 말해 취재진을 웃겼다.
그렇다면 힐만 감독이 꼽은 '코스튬플레이 MVP'는 누구일까. 정답은 투수 윤희상이다. 아이언맨으로 변신한 최정, 캡틴아메리카가 된 김동엽, 김무스 분장을 시도한 한동민 등이 경합을 펼쳤으나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남자 주인공 공유를 흉내낸 윤희상을 넘지 못했다. 윤희상은 이날 가슴에 칼을 꽂은 채 긴 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올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의 남자 주인공 공유를 흉내낸 것. 혹여 모를 법한 팬들을 위해 한 손에는 인터넷 공유기를 든 채였다.
힐만 감독은 30일 경기를 앞두고 "다른 선수들은 각종 분장이나 이상한 옷을 입었다. 하지만 윤희상은 평소 성격대로 차분한 옷차림이었다. 그 캐릭터를 살렸다는 점에서 나의 김보성보다 더 인상적이었다"라고 총평했다. 이어 "도깨비의 대사를 따라했던데, 손바닥에 깨알 같이 적어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LG전을 싹쓸이한 뒤 다시 kt전. 공교롭게도 SK와 kt는 이번 3연전을 W매치로 칭한 뒤 팬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W매치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둔 팀의 팬들은 특별 선물을 받는다. 패배 팀 선수들이 경기 후 한정판 티셔츠를 직접 던져준다. 또 마지막 날 경기에서 나온 안타와 홈런 기록에 따라 양 구단이 수원 지역 밥차 봉사단체인 '돕는 사람들'에 기부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안타 1개당 10만원, 홈런 1개당 50만원을 적립한다.
힐만 감독은 "W매치에 대해 들은 바 있다. 팬과 지역사회를 위한 행사라면 무엇이든 찬성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야구는 분명한 엔터테인먼트다. 우리가 무언가를 노력해 팬과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주저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W매치에서 승리할 경우 팬들을 위해 공약을 내걸지는 않겠나'라는 질문에 "지금 정해진 건 없지만 내가 희화화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마케팅 팀과 얼마든지 상의해보겠다"라고 밝혔다.
낯선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야구가 어떨 지는 본인만 알고 있을 터.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가장 중시하는 대상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라는 점이다. /ing@osen.co.kr
[사진] S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