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넘어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두산 베어스의 허경민이 본격적으로 공·수에서 상승세를 타며 팀 전력에 힘이 되고 있다.
허경민은 4월 한 달 타율 2할3푼4리로 주춤했지만, 5월 21경기에서는 타율 3할1푼7리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28일 kt전에서는 3안타를 날려 팀 승리를 이끌었고, 30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안타를 한 개 기록했다.
아울러 초반 흔들렸던 수비도 경기를 거듭하면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30일 경기에서 허경민은 5회 정근우의 3루수 땅볼 타구를 잡아서 곧바로 3루 베이스를 찍은 뒤 1루에 정확히 송구하는 센스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연일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허경민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에 부족함을 먼저 봤다. 지난 30일 경기를 앞두고 허경민은 야수들 중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허경민은 "하루 좋았기 때문에 감이 오래가기를 바라면서, 좀 길게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비록 하루 좋았다고 이야기했지만, 지난 28일 기록한 3안타는 허경민에게는 타격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감이 왔다기 보다는 내가 연습한 것을 경기에 옮길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플라이를 멀리 치기 보다는 땅볼을 빠르게 치면 안타가 될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연습했다. 병살에 대한 부담이 있고, 부담을 느껴봣지만, 이겨 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라며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제 타이밍에 맞출 수 있도록 정립하는 것이 숙제일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맞이하기까지 허경민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치른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다. 쉴 틈도 적었고, 시즌을 준비하는 루틴까지 깨지면서 시즌 초반 허경민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지난해 풀타임으로 뛰면서 올 시즌 초반에는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생각과는 너무 달랐고,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사실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현재 나는 팀적으로 마이너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올 시즌 정말 야구를 잘하고 싶었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지난 2년 동안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에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 시즌 완성도 높은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시즌 초반부터 조금 틀어졌다"라고 되돌아봤다.
생각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부담도 됐지만, 허경민은 '긍정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허경민은 "평소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했다"라며 "좋은 말을 듣고, 좋은 글귀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흐름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힘든 상황에 고비를 잘 넘기면 좋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핸드폰 배경으로 해놓고 보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마음 한 편에는 책임감도 있었다. 그는 "(김)재호 형, (오)재원이 형이 고참급이라고 하면 나와 건우는 이제 중간급 선수다. 올 시즌 유독 후배들이 많이 온 만큼, 힘들 때표정관리를 잘 해야 후배 선수들도 그 부분을 배우고 어려울 때 슬기롭게 극복할 것 같아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잘 하는 선배가 후배에게 멋있을 수도 있지만, 못하더라도 팀을 먼저 생각하고 그러면 그 팀은 진짜 강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던 그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서 "많이 넘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소 엉뚱한 기준에 대해서 "경기에 많이 나가야 많이 넘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최대한 몸을 사리지 않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무언의 각오인 셈이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허경민은 이미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kt 박경수는 후배 심우준을 향해 "허경민 스타일의 선수가 돼라"고 조언을 했고, 현재 롯데에서 주전 3루수로 나서고 있는 김동한 역시 "(허)경민이 처럼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허경민은 자신을 향해 좋은 평가를 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3루수가 공격력이 강한 것이 먼저지만, 홈런 1~2개로 시작하는 선수도 노력하면 더 많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나 같은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다른 팀에서도 나와 같은 유형의 선수가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