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타 자청' 김태균-로사리오, 야밤의 홈런레이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5.31 05: 50

"특타 준비한답니다".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두산과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화 선수들이 기분 좋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였다. 훈련 스태프들이 하나둘씩 분주하게 움직이며 '특타' 준비를 했다. 잘못 들은 말이 아니었다. 경기 후 진짜로 훈련 스태프들이 타격 훈련을 위한 배팅 케이지를 세팅했다. 
오후 9시48분 종료된 경기. 10시를 넘어 로사리오가 먼저 민소매 차림으로 배트를 들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 관계자는 "로사리오가 오늘(30일) 자신의 타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서 특타를 자청했다. 코치들은 퇴근했고, 로사리오 혼자 부족하게 느낀 부분을 연습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고 밝혔다. 

그런데 로사리오뿐만이 아니었다. 몇분 후에는 김태균까지 배트를 들고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코치들은 한 명도 없었다. 타격 훈련을 돕기 위해 김승리 전력분석원이 직접 배팅볼을 던져줬다. 로사리오와 김태균, 둘만이 관중들이 모두 빠져나간 적막한 그라운드에서 번갈아가며 경쾌한 타구를 연신 뿜어냈다. 
이날 한화는 5-2로 이기며 3연승을 달렸지만, 김태균과 로사리오는 불만족이었다. 김태균은 2회 고의4구로 8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지만, 나머지 3타석 모두 범타였다. 로사리오도 1회 첫 타석에 안타를 쳤지만 나머지 3타석은 병살타에 삼진만 2개 당했다. 두 선수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였다. 
사실 김태균은 최근 10경기 중 안타를 치지 못한 게 2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하루라도 못 치면 안 된다"며 "잠깐만 하고 갈 것이다"고 말했다. 당초 20분 정도 특타를 하고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김태균의 퇴근 시간은 늦어졌다. 로사리오가 훈련을 멈추지 않자 김태균도 갈 수 없었다. 김태균은 "로사리오가 외로울까봐 같이 특타한 것이다. 혼자 두고 가긴 그렇다"며 퇴근을 미룬 채 번갈아가면서 타격 훈련을 이어갔다. 
밤 늦은 시각이라 쌀쌀한 날씨였지만 쉴 새 없이 배트를 휘두른 두 선수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최근 땅볼 타구가 많아진 로사리오는 의자에 앉아 타격하며 해결 방법을 찾고자 했다. 김태균과도 수시로 타격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로사리오는 자신이 타격하지 않을 때도 몸을 쉬지 않았다. 통역 김지환씨와 텅빈 그라운드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잠시 쉬는 시간에도 몸이 식을까 싶어 계속 움직이며 땀을 냈다. 
훈련 막판에는 두 선수만의 홈런 레이스가 벌어졌다. 5아웃 안에서 누가 더 많은 홈런을 치는지 내기를 했다. 김태균은 "그래도 내가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최다 홈런 선수"라며 선제 공격을 했다. 담장 밖으로 3개 타구를 날렸지만 못내 아쉬운 듯 "나도 이제 늙었나 보다. 힘이 빠졌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실제 김태균은 2005·2007·2012년 3차례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우승을 차지했고, 2012년 역대 최다 14개의 홈런을 때렸다. 
로사리오가 코웃음치며 호기롭게 홈런 레이스에 나섰지만 담장 밖으로 2개를 넘기는데 그쳤다. 홈런 레이스에서 승리한 김태균이 "나이도 어린 녀석이 그것밖에 못 넘기냐"고 웃으며 구박했고, 로사리오는 "원모어 게임"을 외치며 김태균의 품에 안겨 떨어질 줄 몰랐다. 훈련 때는 진지했지만 장난 칠 때는 순박 그 자체였다. 
당초 20분 정도 하고 갈 것이라던 두 선수의 훈련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밤 11시1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로사리오는 훈련 스태프는 물론 경기장 뒷정리를 하던 관중석의 청소부들에게도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손을 흔든 채 인사를 건네며 기분 좋게 훈련을 마쳤다. 김태균도 그런 로사리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둘만의 야밤의 홈런 레이스는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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