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했던 신태용호, 한국 축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5.31 05: 50

신태용호를 통해 한국 축구의 재발견을 봤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30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서 열린 포르투갈과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전서 1-3 패배를 당했다.
한국의 도전도, 신태용 감독의 꿈도 토너먼트 첫 판에서 막을 내렸다.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기니와 조별리그 한 조에 속해 2승 1패로 올라간 16강이었기에 탈락의 아쉬움이 더 진했다.

▲ 이승우와 백승호 그리고 조영욱
이번 대회 최대 성과는 떡잎부터 다른 샛별들의 발견이다. 세계적인 강호를 맞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승우(FC 바르셀로나 후베닐 A), 백승호(바르셀로나 B팀), 조영욱, 송범근(이상 고려대), 이진현(성균관대) 등이 장밋빛 미래를 봤다.
'군계일학'은 이승우였다. 리틀 태극전사들 중 단연 돋보였다. 아르헨티나전 40m 폭풍 질주 후 왼발 칩슛 골이 모든 걸 말해준다. 기니전 1골 1도움, 포르투갈전 고군분투 등 '역시 바르셀로나산'이라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일찌감치 바르셀로나로 건너간 이승우의 1년 선배 백승호도 명문 클럽의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별리그 2경기 연속골에 간결한 패스와 여유 있는 플레이로 전 세계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다.
조영욱은 이번 대회서 재발견된 최전방 공격수의 재목이다. 178cm로 큰 키는 아니지만 빈 공간을 침투하는 능력과 동료와 연계 플레이, 상대를 부수는 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외에도 4경기 내내 선방쇼를 펼친 장신 골키퍼 송범근을 비롯해 작은 키에도 남다른 기술과 시야를 보여준 이진현 등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유수 프로 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전술적 유연성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비록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전서 시도한 두 번의 다른 투톱(3-5-2, 4-4-2)이 실패를 맛봤지만 대회 내내 팔색조 전술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이승우 백승호 조영욱을 스리톱으로 두는 4-3-3(4-1-2-3)을 주 전술로 사용했다. 강팀과의 경기에선 변형 스리백을 쓰며 유연함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서 가시적 성과도 냈다. 기니전서 4-3-3을 가동해 3-0 완승을 거뒀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스리백(3-4-2-1)을 내세워 2-1 승리를 따냈다. 3-5-2의 잉글랜드전, 4-4-2의 포르투갈전까지 매번 다른 옷을 입었다.
전술적 부재로 비판을 받고 있는 A대표팀과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서 주로 4-2-3-1을 가동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표팀은 현재 조 2위 자리가 위태로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코치로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했던 신 감독의 전술적 변화무쌍함이 더욱 조명을 받는 이유다. 형님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전술적 다양성을 동생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 세계 강호와 정면 충돌
그간 한국 축구는 국제 무대에서 세계 강호를 만나면 한없이 작아지곤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로 기조가 바뀌긴 했지만 상대적 약체로서의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신태용호는 달랐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가 가진 것을 자신 있게 펼쳐보였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주눅들지 않았다. 특히 이승우, 백승호, 조영욱 등 공격진은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앞섰다.
신태용 감독이 중시하는 '신나는 공격 축구'가 통했다. 그는 포르투갈전 패배 뒤에도 "안방서 팬들을 위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세계 대회서 성적을 내기 위해 수비 축구로 1-0으로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포르투갈이라는 세계적인 팀과도 대등하게 싸우는 게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분명 과제도 남겼다. 신 감독의 말 속에 해답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포르투갈 명단을 보면 모든 선수들이 프로팀서 뛴다. 포르투갈은 포르투,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등에 소속돼 있고, 잉글랜드도 프리미어리그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면서 성적을 바라면 안된다. 성적은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다."/dolyng@osen.co.kr
[사진] 천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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