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이거 CG냐"..'악녀', 김옥빈이 아니면 상상불가(ft.박찬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30 17: 59

 “어디까지가 CG이고, 어디까지 실사인가요?”
30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의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정병길 감독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는 일화를 전했다.
킬러 숙희 역할을 맡은 김옥빈과 숙희를 상대하는 숱한 액션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도 리얼하지만, 실제 연기라고는 믿기 어렵기에 CG라는 의심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액션 영화를 업그레이드 한 정병길 감독의 ‘악녀’는 끈기와 열정을 기반으로, 한계를 뛰어 넘는 도전 끝에 놀라울 만한 액션합을 만들어낸 배우들과 제작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열정은 이날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주연 배우 김옥빈, 신하균, 김서형, 성준, 조은지와 감독 정병길이 참석했다.
김옥빈은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 부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살이 찢기고 피가 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은 이어 “숙희가 다 때려부수고 총을 쏘지만 저는 더 악랄한 느낌을 주길 바랐다”며 “하지만 싸울 때마다 숙희의 마음이 아프더라. 어쩔 수 없이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액션은 크고 강하지만 마음은 여려서 제가 그 두 가지 부분을 신경쓰면서 연기하기가 힘든 면이 있었다”고 킬러 숙희 캐릭터를 소화한 감회를 전했다.
올해 열린 칸 영화제에서 '악녀'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과 함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받았는데, 박찬욱 감독은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들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에 발탁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에 그들이 함께 프랑스에서 만나 기쁨을 누렸다고.
이에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님과는 칸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며 “(한 번 뵀을 때) 감독님이 ‘액션 연기 고생했겠다’ ‘(성장한 것에)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박 감독과 김옥빈은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박쥐’를 작업한 바 있으며 그 해 열린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넘치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김옥빈은 ‘악녀’를 통해 비로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녀가 연기한 숙희는 살인병기로 길러져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최정예 킬러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에서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 스릴러물이 많은데, '악녀'는 독특하게 원톱 여자 배우를 내세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전무후무한 여성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은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액션스쿨에 다니며 피나는 수련을 했다고 한다. 장검, 단도, 권총, 기관총, 저격총, 도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킬러를 소화하기 위해 무기를 손에 익히도록 노력했다. 또 상대방과 합을 맞추는 기술까지 체득하기 위해 연습에 사활을 걸었다.
김옥빈은 총 70회 차 중 61회 차의 촬영 동안 90%에 육박하는 액션 신을 촬영하며 주요 장면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위에 직접 매달리고,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휘두르면서 날 선 액션을 몸소 보여줬다. 그녀의 노력은 정말이지 박수받을 만하다.
정 감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여자 원톱 영화가 안 된다는 말이 제 귀에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로 들려서 더 만들어보고 싶었다”라며 “어릴 때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 원톱 영화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이제 아예 만들려는 생각 자체를 안하더라. 좋은 여배우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을 안하시는 것 같아 제 어릴 적 로망을 꺼내 작업을 시작했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개봉은 6월 8일./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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