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걸크러시 김옥빈, 칸 초청보다 중요한 韓 관객 잡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30 16: 55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받은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액션의 신기원'으로 호평 받은 만큼 이제 남은 일은 한국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악녀’의 언론 배급시사회가 진행돼 주연 배우 김옥빈, 신하균, 김서형, 성준, 조은지, 감독 정병길이 참석했다.
‘악녀’는 킬러로 자란 여자가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면서 복수와 사랑을 꿈꾸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옥빈은 프랑스 칸에서 겪었던 일화를 전했다. “원래는 칸에서 인터뷰 일정이 많이 잡히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인터뷰가 쇄도하기 시작했다”며 “BBC와 로이터 통신 등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요청을 했다. (외신들이)'오토바이 시퀀스가 가장 신기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충무로에 여성 영화가 전무한데, 김옥빈은 원톱 여자 주인공으로서 고난이도 액션을 소화해냈다. 물론 스턴트맨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90% 이상 본인이 직접 소화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칸 영화제도 사로잡은 놀라울 만한 액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은 이어 “숙희가 다 때려부수고 (총을 쏴서 죽이고) 갈수록 더 악랄한 여자가 되길 바랐다"며 "하지만 싸울 때마다 (숙희의 마음이)아프더라.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액션은 크고 강하지만 마음은 여린 사람이라서 두 가지를 신경쓰면서 연기하기 조금은 힘든 느낌이 있었다”라고 캐릭터를 소화한 과정을 밝혔다.
정병길 감독은 여배우를 주인공 킬러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여자 원톱 영화가 안 된다는 말이 제 귀에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로 들려서 만들어보고 욕구가 컸다”며 “어릴 때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 원톱 영화가 많았던 것 같은데 현재 우리나라는 만들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하더라. 좋은 여배우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 제 어릴 적 로망을 살려 작업을 했다"고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칸에서 해외 언론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던 액션이다’라고 하시더라(웃음). 어디까지가 실사이고, 어디까지가 CG냐‘는 질문을 하더라”고 웃으며 전했다. 그러면서 "배우들도 고생을 했지만 칸에 함께 가지 못한 스태프와 스턴트 배우들에게 굉장히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악녀'는 전작 '내가 살인범이다'를 통해 두각을 드러낸 정병길 감독의 차기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데뷔작 '우린 액션배우다'로 제27회 밴쿠버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올랐고, '내가 살인범이다'로 제31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스릴러 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주목 받은 바 있다.
정 감독은 날 것과 세련됨을 동시에 장착한 신선한 액션을 통해 액션 마스터로서의 진가를 인정 받았기에 그가 선보인 독보적인 액션 '악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다.
이어 정 감독은 제목을 ‘악녀’로 지은 것에 대해 “악녀는 일종의 반어법이다. 나쁜 여자가 아니다. 그녀의 슬프고 약한 마음을 반대로 생각해 '악녀'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연기神' 신하균은 숙희를 최정예 킬러로 길러낸 중상 역할을 맡았다. 어떤 속내를 숨기고 있는지 표정에 드러내지 않는 그는 신하균 특유의 강인한 눈빛과 만나 스크린을 압도하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날 그는 "사실 저는 액션연기를 한 게 없다(웃음). 김옥빈씨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작 액션보다 중국어가 더 어려웠다고 털어놔 웃음을 전했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전무후무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김서형은 숙희를 스카우트하는 국가 비밀 조직의 간부 권숙 역을 맡아 극의 든든한 중심축을 이룬다. 
김서형은 “저는 김옥빈씨의 숙희 캐릭터가 탐났다. 보시다시피 옥빈씨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저 역시 액션을 많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액션연기를 해서 다치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에서 다양한 도구를 액션 도구로 사용한 것에 대해 정 감독은 “칼을 하나만 쓰면 불편한 점이 많아서 쌍검을 썼고, 도끼를 썼던 이유는 본네트에서 안정적으로 매달리기 위해서다. 어떤 장비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산악인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하게 됐다”고 액션에 사용한 기구들을 설명했다.
개봉은 6월 8일./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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