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김형석 "언니쓰, 또 곡 선물하고파"
OSEN 김은애 기자
발행 2017.05.30 16: 40

작곡가 김형석을 빼놓고 국내 대중가요사를 논할 수 없다. 1989년 작곡가로 데뷔한 그는 약 30년 가량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고(故)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김건모의 '첫인상',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등 국내 대표 실력파가수들 중 김형석의 노래를 부르지 않은 이는 찾기 힘들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품만 하더라도 1200여곡이 넘는 김형석은 그야말로 현재진행형 전설인 셈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아직까지 그가 만든 노래는 트렌디함을 잃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언니쓰 2기의 '맞지'다. 그는 최근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의 걸그룹 프로젝트 프로듀서를 맡아 멤버들을 이끌어갔다. 다소 실력이 부족한 듯했던 언니쓰 2기는 김형석의 프로듀싱 아래 현역 아이돌 못지 않은 걸그룹으로 탄생했다.
특히 '맞지'는 쏟아지는 음원강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각종 음원차트를 올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현재 프로그램이 종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 중이다. 김형석이라 가능했던 흥행이다.
Q. 아직까지도 스타작곡가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특별한 원동력은 없다. 단지 음악을 좋아해서다. 나이가 들수록 감성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앞서게 된다. 하지만 감성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0대 때는 낙엽만 떨어져도 눈물이 떨어지지 않나. 하하. 그런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순간순간 얘기를 들을 때나 영화, 독서 등을 하면서 촉수를 빼는 연습을 한다. 주변환경을 바꾸기도 하고 특정대상을 보고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훈련을 꾸준히 한다. 곡을 계속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꼭 매일매일이 아니더라도 작곡이란 걸 놓지 않으려고 한다.
Q. 최근 언니쓰 2기의 프로듀서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A. 나이가 40이 지난 뒤 아이돌들의 음악을 거의 안했다. 하지만 내가 '복면가왕' 패널로 출연하면서 몇차례 깜짝 놀랐다. 아이돌들이 노래를 너무 잘하는 것이다. 아이돌들도 진화했구나 깨달았다. 그러다 언니쓰 2기의 프로듀서 제안이 왔다. 우리도 신인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는데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Q. 타이틀곡이 중간에 바뀌는 등 마냥 순조롭지 않았다.
A. 준비기간이 정해진 아이돌프로젝트이다보니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타이틀곡도 바뀌었다. 처음 타이틀곡을 발표됐을 때 댓글에 욕이 많았다. 내가 이런 수모를 겪어야하나 싶더라. 하하. 스트레스가 컸다. 하지만 내가 언니쓰 2기 멤버들을 깊게 봤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Q. 그래도 변경된 타이틀곡 '맞지'가 제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A. 반응이 좋아 너무 감사했다. 언니쓰 2기는 실력편차가 컸지만 멤버들 모두 서로를 격려하며 열심히 했다. 그 모습들을 보니까 영화 '써니'의 여주인공들이 떠올려지더라. 그런 콘셉트로 '맞지'를 쓰게 됐다. 그들에게서 나온 영감이었던 것이다. 결과까지 좋아서 너무 뿌듯하고 황송하다. 그래서 감성적인 '랄라라송'을 더 쓰게 됐다. '맞지'가 무대를 위한 노래라면 '랄라라송'은 언니쓰 2기를 향한 내 진심이 담긴 선물이다.
Q. 또다시 언니쓰의 프로듀서 제안이 온다면 할 것인가?
A. 방송이 끝났을 때 제작진이 "또 해주실거죠?"라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더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야하지 않겠나. 하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꼭 곡을 선물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힘든 만큼 뿌듯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Q. 언니쓰 2기에 이어 소속아티스트들의 신곡은 언제 나오나?
A. 현재 이효리를 비롯해 닉앤쌔미, 신인 걸그룹, 와블, 싸이커델릭 등 연이어 신곡발매를 준비 중이다. 동시에 6~7개 팀이 돌아가야할 것 같다. 그 와중에 앞으로 내가 3개월마다 한곡씩 발표할 예정이다. 계절별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새로운 곡이 나오는 셈이다. 또한 키위미디어 레이블인 키위팝에서 신인 걸그룹도 준비 중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곡을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Q.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엔 어떻게 보내나?
A. 곡작업을 주로 하고 책을 많이 읽는다. 또 딸과 보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이제 여섯살인데 유치원에 데려다주거나 함께 노는 시간이 좋다. 아빠는 다 딸바보인 것 같다. 하하.
Q. 어떻게 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나?
A. 천성인 것 같다. 부모님 모두 음악을 하셨다. 축복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된 것 같다.
Q. 혹시 지금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었나?
A. 전혀 아니다. 기대치를 두지 않았다. 내가 기업의 회장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 않았다. 물론 사회적 위치를 얻고 돈을 많이 벌면 좋다. 그것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나이 들면 뭐하지라는 고민을 가끔 한다. 
사업적으로 돈을 많이 벌거나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이번 생애는 아닌 것 같다. 하하. 곡을 더 쓰며 뮤지션으로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 나중엔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늙어가고 싶다. 어디까지 내가 왔을까라는 개념은 없다. 계속 표류하고 있다. 내가 정확히 어디까지 온지 모르겠지만 딱 여섯살 딸의 아빠 정도 온 것 같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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