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김형석 "날 회장님이라 부르는 것 싫어"
OSEN 김은애 기자
발행 2017.05.30 16: 40

가요 팬들이라면 작곡가 김형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를 둘러싼 수식어만 하더라도 '히트곡제조기' '발라드의 대부' '스타작곡가'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부터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 키위미디어그룹의 회장으로 발을 뻗치고 있다. 
키위미디어그룹은 음악 부분만 보더라도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키위미디어그룹은 이효리가 소속된 케이튠 콜렉티브와 미국 컴튼시에 건너온 힙합 레이블 싸이커델릭, 케이팝 전문 레이블 키위팝으로 나눠져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공연, 출판, 여행, 패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엔터업계의 신흥주자로 떠올랐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키위미디어그룹이지만 정작 김형석 회장은 겸손했다. 최근 OSEN과 만난 그는 자기 자랑을 내세우기보다 회사식구들을 살뜰히 챙겼다. 그러면서도 키위미디어그룹의 미래에 대해선 단단한 눈빛을 내비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Q. 작곡을 하면서 CEO까지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A. 키위 미디어그룹은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다. 경영은 정철웅 대표, 영화는 장원석 PD, 공연은 박칼린 감독, 음악은 내가 맡고 있다. 전략을 짤 때는 다같이 회의를 거치지만 각자 자기가 기존에 해오던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 우리 식구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내가 너무 편하다. 다된 밥에 내가 숟가락만 얹는 셈이다.
또 내가 하는 총괄의 의미는 끌고나간다는 개념보다 리스크가 있거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 때 조언해주는 정도인 것 같다. 물론 콘텐츠 사업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서 얘기를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조언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Q. 탈권위를 지향하는 것 같다.
A. 나는 회사 내부에서 날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그냥 PD라 부르길 원한다. 내 직업이 만드는 사람이지 않나. 난 그냥 나이가 많아서 회장님이라는 직책을 단 것 뿐이다.(웃음) 상대가 불편한 것이 싫다. 상대가 편해야 나도 편하다. 
Q, 그렇다면 대중은 어떻게 바라봐주길 원하나?
A. 나는 그냥 작곡가였으면 좋겠다. 나는 내 색깔을 안잃고 계속 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이효리 컴백, 영화사업, 중국진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걱정어린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는 전략과 시스템이 있다. 조만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부담감도 클 것 같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잠을 못잘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잘 만들고 싶다는 점이다. 나의 오른팔 혹은 동업자 같은 한정수 이사와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최선을 다해 잘 만들자는 것이다. 차곡차곡 다함께 쌓아나가고 싶다.
Q. 키위미디어에는 레이블 케이튠 콜렉티브, 싸이커델릭, 키위팝이 있다. 멀티레이블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
A. 레이블을 분리하는데 두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시장과 회사의 사이즈다. 현재 케이팝 시장은 엄청나게 큰 파이가 되버렸고 우리 레이블 아티스트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또한 키위미디어 그룹 사이즈면 멀티레이블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레이블의 성격에 따라 팬덤이 형성되는 점이다. 키위팝은 아이돌, 케이튠 콜렉티브는 아티스트, 싸이커델릭은 힙합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 레이블들은 프로모션, 마케팅 방법도 다 다르다. 좋은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옷을 입히게 되면 그 팬덤이 폭발력있게 터질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어떤 브랜드가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갖는다는 것은 양날의 칼인 것 같다. 그 브랜드가 식상해지면 힘을 잃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멀티레이블화는 유리할 것 같았고 균형을 맞추며 높은 퀄리티를 만들 계획이다. 
Q.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케이튠콜렉티브 소속 신인 닉앤쌔미는 SNS에서 주목받고 있고 SXSW 무대에도 섰다.
A. 지금 케이팝은 글로벌화됐다. 거기에 많은 장르가 붙어있다. 하지만 닉앤쌔미의 팝하면서도 펑키한 음악은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 외국팬들이 닉앤쌔미를 봤을 때는 케이팝에 이런 것도 있냐며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는 이제 공간이란 개념이 없어지지 않았나. 국내시장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아도 해외팬들이 먼저 찾을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케이튠콜렉티브가 팬들에게 다가가야한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해외시장에 주력하는 것인가?
A. 아니다. 국내시장을 지향하는 것이다. 물론 해외시장도 중요하지만 역순으로 국내 음악 팬들에게 알리는 셈이다. 케이팝 시장이 확대됨으로써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특정 콘텐츠가 히트와 롱런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다.
Q. 레이블을 추가적으로 만들 계획이 있나?
A. 아직은 세 레이블을 풀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런 것들이 안정이 되면 팝아트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볼 생각이 있다. 보여지고 느껴지고 만져지는 과정들이 재밌는 것 같다. 
Q. 콘텐츠 사업은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가?
A. 두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음악 갖고만 안돼'와 '음악과 섞으면 재밌어'다. 나는 후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차근 차근 해보려 한다.
Q. 오는 6월 중국 상하이에 실용음악 아카데미 '동방 상하이 스타 아카데미'를 오픈한다. 한한령이 염려되지는 않나?
A. 현재 한한령이 많이 풀렸다고 생각한다. 중국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케이팝 차트가 다시 나왔다. 한류스타들에게도 광고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중국기업들로부터 프로그램 합작 등 여러가지 러브콜도 있다. 또한 우리가 하는 아카데미 사업은 다른 회사와 다르다. 다른 회사는 콘텐츠를 중국에 파는 것이지만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한한령의 영향이 없진 않지만 아카데미를 통해 엔터사업을 하는 것이라 큰 제제를 받진 않는다. 
Q. 중국시장을 어떻게 보나?
A. 중국 인구는 화교까지 합치면 27억이다. 그만큼 큰 나라고 예측할 수 없는 곳이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화강국을 목표로 설정했기때문에 문화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시작됐다. 이에 우리도 좌시하고 있을 순 없다. 지금은 우리가 콘텐츠를 팔고 있지만 어느샌가 그들이 넘어설 수도 있다. 중국은 엄청난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취해야할 자세는 현지화라고 본다. 좋은 중국 파트너를 만나 유대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소속아티스트들도 중국에 진출하는 것인가?
A. 물론이다. 어느 시장이든 진출해야한다. 중국이든 동남아, 남미든 기회가 있으면 갈 것이다.
Q. 일본대형여행사 킨키닛폰투어리스트, 의류브랜드 씨위, 삼성전자 등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궁극적인 목적이 있나?
A. 엔터테인먼트니까 연결이 되는 것이다. 여행객들을 데리고와서 우리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이어 씨위는 삼성페이 내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노출된다. 이처럼 여러 방법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모두 연결이 되는 비지니스들이다. 360도 사업을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부에선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역할을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걱정을 안해도 된다. 내가 여행사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지극히 수평적이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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