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의 최근 기록을 분석했을 때, 무사 1,2루의 기대득점은 약 1.6점 정도다. 반면 2사 3루의 기대득점은 0.4점 정도로 낮아진다. 스윙 한 번에 1.2점의 기대득점을 까먹는 경우도 생기는데 병살타가 나올 때가 그렇다.
병살타는 타격의 그 어떤 결과보다 실망스러운 이벤트다. 또한 통계적인 저하는 물론, 팀 분위기까지 급격하게 가라앉을 수 있다. 반면 병살을 잡아낸 상대 팀은 기가 오르기 마련이다.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심리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병살타 1~2개로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경우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병살 4번이면 경기에서 이기기가 어렵다”는 격언은 그만큼 기대득점을 깎았다는 통계적 분석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LG와 롯데는 올 시즌 그런 병살타의 폐해를 실감하고 있는 팀이다. 29일까지 나란히 48경기를 치른 두 팀은 올 시즌 병살타 1·2위를 달리고 있다. LG가 54개, 롯데가 52개다. 리그 평균(41개)보다 훨씬 많다.
이런 페이스대로 시즌이 흘러간다면 LG는 시즌 162개의 병살타를 기록한다. 롯데는 156개다. 1982년의 OB는 한 시즌 전체를 치르면서 35개의 병살타를 기록한 적도 있음을 생각하면 두 팀의 병살타 악몽을 실감할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병살타는 2013년의 한화로 140개였다. 물론 당시와 경기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지금 흐름으로 가면 불명예가 불가피하다.
이 중 롯데는 조금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중심타선에 발이 느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 병살타는 타자 주자의 주력에 의해 간발의 차이로 결정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롯데는 중심타선의 주력이 부족하다. 최준석이 11개, 이대호와 번즈가 8개, 강민호가 4개를 기록했다. 다만 선수들의 발이 갑자기 빨라질 리는 없으므로, 더 꾸준하게 병살타가 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는 롯데에 비해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발이 빠른 편이다. 중심타선이라고 해도 롯데처럼 말 그대로의 중량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병살타 1위는 다소 의외다. LG가 지난해 92개의 병살타를 기록해 이 부문에서 리그 최저 수치를 기록했음을 고려해도 고개가 갸웃거린다. 롯데보다는 병살타를 치는 선수들의 분포도도 다양한 편이다.
타자의 방망이를 떠난 타구가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운의 영역이 상당 부분 개입한다. 병살 방지의 경우는 오히려 빗맞은 타구가 유리하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병살도 잘 맞아야 나오는 것이다. 너무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어찌됐건 팀 공격에 가장 큰 적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후자의 지분이 더 크다면 그 팀 타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해설위원은 “롯데의 병살타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다만 LG의 경우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잠실구장 상황상 전체적으로 공을 ‘멀리 날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안타 생산에 비중을 두는 팀이다. 맞히는 스윙을 하면 자연히 내야를 뚫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롯데도 팀 사정이 어려울 때 병살타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조급함은 타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시프트가 대유행인데, 이 점 또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와 롯데가 불명예를 떼어놓을 수 있을까.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