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김윤석, 조진웅 등 여진구는 유독 대선배들과 함께 호흠을 맞췄던 작품이 많았다. 이번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에서도 이정재, 김무열 등 여러 선배 배우들과 작업하며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뽐냈다.
영화 속에서는 도성을 버리고 떠난 왕을 대신해 조선을 이끌어야 했던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 먹고 살기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한 이름 없는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 대립군에서 직선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곡수 역의 김무열 등 생사를 함께하는 세 남자가 보여주는 진한 케미스트리가 뜨거운 감동을 자아낸다.
여진구는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선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현장 분위기가 작품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잘 지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현장 분위기였다. 그래도 다행인건 혼자 있는 것 보다 선배님과 같이 있으니까 좀 낫더라. 엄청 신경 쓰고 부담감을 갖지는 않았고 선배님들과 편하게 연기했다. 선배님과 제 몰골을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더라”라고 밝혔다.
배우들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진지한 성격인 듯 보여 촬영장 분위기가 진지했을 것 같지만 여진구는 의외로 분위기 메이커로 김무열을 꼽았다. “생각보다 다들 재밌으시다. 무열 선배님도 생각보다 재밌으시다. 겉으로 보기에는 얌전하시고 말투가 나긋나긋하신데 선배가 가끔 툭툭 던지는 개그가 되게 재밌다. 정재 선배님도 현장에서 가끔씩 심심하실 때마다 농담도 해주셨다. 엄청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유가 없지는 않았다. 서로 장난도 치며 재밌게 촬영 했다.”
촬영장에서 막내였던 여진구는 “제가 딱히 애교를 부리고 그러지는 못하는 편이다. 제가 오히려 그렇게 다가가면 선배님들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다. 저도 편하게 선배님들에게 다가가려고 애쓰는 편이다. 궁금한 거 여쭤보고 선배님들 연기 옆에서 지켜보고 싶고 조언도 자주 구하는 편인데 살갑게 먼저 다가가거나 하지는 못한다. 그래야 하는데 어렵다”고 털어놨다.
배우들과 술자리를 가졌냐는 질문에는 “많지는 않았다. 워낙 이동거리도 많고 하니 자주 갖지는 않았는데 가끔씩 촬영 끝나고 선배님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간단하게 반주 정도는 했다. 선배들이 다 잘 드신다. 정재 선배님이 제가 잘 마신다고 하시는데 긴장하면서 마셔서 그런 것 같다. 선배님들이랑 같이 있으니 실수할까봐 긴장하며 마셨다. 술을 잘 못한다. 선배님들 앞에서는 긴장을 하니까 괜찮은 척하고 있다가 끝나고 숙소 가면 매니저 형한테 거의 매달려서 들어가고 그런 기억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또 어떤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롤모델이 많았다. 지금 정말 운이 좋게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대 선배님들과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새로운 선배님과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선배님들한테 많은 장점들을 뺏어오고 싶고 많이 배우고 싶다.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선배들이 많아서 한 분 꼽기는 어렵다. 매번 작품 볼 때마다 항상 선배님들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상상도 많이 한다. ‘만약 선배님들이랑 같이 작품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저 선배님의 연기를 눈앞에서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최민식, 송강호, 하정우, 이병헌 선배님 등 다 같이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어 여배우에 대한 질문에는 “김혜수 선배님도 계시고 우선 박보영 누나를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고 천우희, 김태리 선배님 등 많다. 공승연 선배님도 꼭 같이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하게 돼서 현장에서 티는 안내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고백했다.
이번 촬영을 통해 이정재와 김무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여진구는 “이정재 선배님한테 가장 뺏어오고 싶었던 것은 섬세한 감정 컨트롤이었다. 뭐랄까 가만히 서있어도 계속해서 감정이 눈빛 속에 감정이 담겨있는. 시선 하나하나에 의미가 들어있는. 선배님한테 ‘어떻게 하면 그런 눈빛을 제가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실제로 여쭤보기도 했다. 그러니 선배님이 ‘너도 나이 먹으면 이렇게 돼’ 라고 하시더라. 김무열 선배님한테는 에너지. 촬영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다른 거친 에너지를 대립군을 통해서 보여주셨는데 정말 달라지시는 것 같다. 그런 몰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 때 소름이 끼쳤던 것 같다”고 극찬했다. /mk3244@osen.co.kr
[사진] 20세기 폭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