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대립군’ 여진구 “촬영 때 매일 등산...날로 건강해지는 느낌 받았다”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5.31 10: 00

지난 2005년 ‘새드 무비’에서 귀엽고 천진난만한 소년으로 주목 받으며 배우의 길에 들어선 여진구가 이제는 완연한 남자로, 단단한 성인 연기자로 훌쩍 성장했다.
SBS '일지매'부터 SBS '무사 백동수' ‘뿌리깊은 나무’, MBC '해를 품은 달', SBS ‘대박’까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극 작품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력과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진구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을 통해 그간의 사극 경험을 모두 쏟아부었다.
영화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여진구는 극 중 광해를 맡아 여진구만의 새로운 광해를 만들어냈다.

여진구는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시나리오 읽으면서 광해에게 공감이 됐다. 그 나이에 하루 아침에 조선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부담감과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허무함 등 안타깝고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혼자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 인해 자존감을 찾고 신분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만큼 믿음이 두터워 지고 그런 성장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면서 저도 공허할 때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때 ‘대립군’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답했다.
광해라는 인물은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수많은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다. 여진구에게도 앞선 선배들의 연기나 작품이 신경쓰였을 터. 그는 참고한 작품이 있냐는 질문에 “안 그래도 감독님에게 여쭤보고 했는데 마땅하게 ‘이 작품을 봐’ 하는 작품이 떠오르지 않았다. 광해이지만 왕세자이고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모습과도 달라서 어떤 작품을 봐야할까 고민하다가 참고 하지 말고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제 아역 연기를 보였는지 뜬금없이 그때 연기가 편하고 좋더라 그러셔서 처음으로 준비할 때 제 어릴 때 연기를 보면서 연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 때 선배님들이 지나가듯이 지금 모습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주셨는데 그 때는 몰랐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때는 뭣 모르고 순수하게 연기하는 게 있더라. 지금은 캐릭터 연구도 하고 개인적 욕심도 생기고 하니까 연기가 생각에 너무 많이 잠겨진 듯한 느낌도 있다. 그 때는 순수하게 연기를 좋아해서 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밝힌 그는 “처음으로 제가 뭘 하려고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백성들과 대립군들의 눈빛에서 광해가 설명되어야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광해가 막 나서서 하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제가 생각하는 광해의 자질, 색다른 리더의 모습과 안 어울리는 것 같았다. 광해라는 인물이 수면위로 나타나서 크게 리드하진 않지만 소소한 것들이 주변사람들에게 여운을 줄 수 있는 감정선을 지닌 것 같아서 처음으로 거의 리액션 위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오히려 좀 더 부딪혀보자는 식으로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립군’은 실감나는 영상을 위해 실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산과 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초반부에 산으로 들로 걸어 다니는 장면 촬영 할 때 힘들더라. 하루 종일 걷는 것만 촬영했다. 한 씬을 여러 장소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저희보다는 스태프 분들이 진짜 더 고생하셨다. 장비를 직접 진짜 지게 위에 지고 다니셨다. 원래 항상 지금까지는 촬영 현장이 딱 준비되어 있던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산으로 가서 헌팅한 장소도 찍어보고 새로운 곳에서도 찍어보고 이렇게 여러 가지를 촬영해봤던 것 같다.”
이어 ‘대립군’을 가장 힘든 작품으로 꼽은 여진구는 “정신적으로는 희한하게 몰입이 가장 잘 된 것 같다. 현장에서 패기 있게 가서 선배님들 감정 받아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좀 편안하게 촬영에 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잡생각이 많이 안 들었다. 육체적으로는 당연히 최고였던 것 같다. 아침마다 등산을 하니까 진짜 촬영하면서 날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mk3244@osen.co.kr
[사진] 20세기 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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