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지는 듯 했던 롯데가 기어이 다시 5할을 맞췄다. 상승곡선을 타느냐, 아니면 하락세로 돌아서느냐의 키워드는 같다. 불펜이다.
롯데는 2주 연속 4승2패의 주간 성적을 기록하며 24승24패, 5할 승률을 맞췄다. 5월 초부터 중순까지 롯데는 5할 승률에 다가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난 14일 사직 두산전 1-15의 대패를 당하며 롯데는 16승20패, 승패마진 –4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타선의 침체, 불펜진의 연이은 방화 등 총체적 난국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롯데는 두 번의 시리즈 스윕(kt,SK)을 거두면서 반등을 시작했다. LG와 KIA 등 상위권 팀들과의 승부에서는 1승2패로 선방하며 분위기가 처지는 것을 막았다. 5월 중순까지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해결이 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타격 코치를 교체하는 고육지책을 쓰기까지 했고, 결국 타격 사이클을 상승곡선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퇴출을 고민해야 했던 앤디 번즈와 닉 애디튼 역시 이달 중순 이후부터 자신의 몫을 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서도 불펜진의 불안만큼은 해답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롯데가 무릎을 꿇는 패턴에는 불펜진에서의 좋지 않은 모습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선발 투수의 호투에 타선의 대폭발이 있어야만 승리를 안심할 수 있었다. 경기 후반까지 3~4점의 리드는 롯데에 안심할 수 있는 점수가 아니었다.
지난 23일 사직 SK전 3-1의 리드를 9회초 마무리 손승락이 지키지 못하며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10회에도 대거 3점을 헌납하며 패배 직전까지 갔지만 타선이 10회말 4점을 내면서 7-6으로 승부를 극적으로 뒤집었다. 이튿날 24일 경기도 8회까지 5-1의 리드를 박시영, 장시환이 지키지 못했지만 8회말 번즈의 투런포로 간신히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8일 광주 KIA전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는 5회를 넘어가면서 3-2의 리드를 잡고 시작했다. 하지만 6회말 배장호가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7회초 1점을 내 4-3으로 앞서갔지만 7회말 박시영과 장시환이 1점을 허용해 4-4로 균형을 맞춰줬다. 결국 11회말 윤길현이 최원준에 끝내기 만루포를 허용하며 4-8로 경기를 내줬다.
현재 롯데에는 김유영과 강동호가 맡았던 추격조와 패전조 외에는 모두가 승리조 역할을 해야 한다. 배장호, 박시영, 장시환, 윤길현에 마무리 손승락까지. 모두 이기고 있거나 접전 상황에 등판하는 선수들이다. 불펜이 강해서 이들 모두가 지켜야 하는 상황에 등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선수를 내보내도 점수를 지켜낸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보직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나마 마무리 손승락의 보직만 확실할 뿐이다.
결국 롯데의 불펜 보직과 구상은 모두 어긋났다. 트레이드를 통해 장시환을 영입하며 불펜 강화를 꾀했지만 고질적인 불안을 해소하기는 힘들었다. 박시영의 필승조 구상도 시즌 초에 비하면 희미해졌다. 윤길현은 살아날 듯 말 듯 애매한 모습으로 조원우 감독과 김원형 투수 코치의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고 있다.
5할을 맞춘 상황에서 이제 롯데는 삼성과 kt 등 하위권에 위치한 팀들을 상대한다. 하위권이라고 롯데가 방심할 상황은 절대 아니다. 특히 불펜진이 이들 팀들에게 일격을 당할 경우, 팀 분위기와 성적은 침체기로 돌아설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전부터 그래왔듯이 롯데는 분위기에 심하게 좌우되는 도깨비 팀이었다.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시즌 중반 레이스도 본격 막을 올린다. 롯데의 5할 승률, 그리고 원활한 시즌 중반 레이스 모두 불펜진의 활약에 달려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