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실수도 다 감안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최원준 살리기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일까? 지난 28일 광주 롯데전에서 KIA 내야수 최원준은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세 번이나 만루 기회가 찾아왔으나 침묵을 지켰다. 특히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서는 몸쪽 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에 들어갈 정도였다.
만일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심각한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마치 소설처럼 연장 11회말 만루 찬스가 또 다시 왔다. 롯데는 김선빈은 또 다시 거르고 최원준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최원준은 네 번째는 당하지 않았다. 윤길현의 초구 슬라이더를 노려쳐 우월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만들어냈다.
고졸 2년차 최원준은 탁월한 타격능력을 갖췄다. 작년 14경기에 출전해 24타수 11안타 타율 4할5푼8리를 기록했다. 손목을 잘 쓰는 부챗살 히터로 볼을 맞히는 능력은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몸쪽으로 바짝 붙은 볼도 공략할 정도로 기술이 좋다. 빠른 발을 갖춰 2군 도루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수비력이 신통치 않았다. 외야수로는 타구 판단, 내야수로는 포구와 송구가 부정확했다. 1군에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유였다.
올해는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했고 타격능력을 인정받아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3경기 만에 도루를 하던 도중 손가락 부상을 당해 빠졌다. 재활기간도 길었고 1군에 이범호와 김주형이 버티고 있는데다 외야진도 넘쳐났다. 1군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 듯 했다. 5월 20일 외야수 김주찬이 손목부상으로 빠지자 최원준이 콜업을 받았다.
이때부터 김기태 감독의 최원준 살리기가 시작됐다. 5월 21일 두산전에서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타구를 놓치는 실수까지 나왔다. 23일 대전 한화전은 온전히 벤치에만 앉았다. 25일 이범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자 2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26일 롯데전에서는 좌완 애디튼이 나오자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도중 출전해 1안타를 터트렸다. 27일 롯데전은 8번 3루수로 선발출전해 2회 실책을 저질렀다. 김기태 감독은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게 했다. 최원준은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28일 경기도 3루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었고 세 번의 만루에서 침묵하다 연장 11회말 끝내기 만루홈런까지 생산했다.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만루홈런으로 기사회생했다. 이날은 연장 11회까지 수비에서도 실수가 없었다. 플레이에 자신감을 보이며 내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경기 후 최원준은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실수해도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최원준을 힘껏 안아준 김기태 감독은 "만루홈런으로 자신감을 찾아 다행이다. 수비 실수는 감안하고 있다. 타격 능력을 살려야 한다. 수비는 하다보면 늘지 않겠는가. 이제는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앞으로도 계속 최원준 살리기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