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늘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 시즌을 맞는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의 자세였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28일 넥센과 시즌 6차전을 앞두고 이승엽을 선발명단에서 제외했다. 김 감독은 “이승엽이 몸이 안 좋다. 어제도 안 좋은 상태로 경기를 했다. 어제 2-3 풀카운트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오늘 대타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26일 넥센과 4차전서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지만 팀이 3-18로 대패를 당해 전혀 웃지 못했다. 다음날 치른 5차전서 이승엽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특히 이승엽은 6회 1사에서 구자욱을 3루에 두고 최원태와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으나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됐다. 이승엽은 득점권에서 타점을 뽑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려야 했다.
선발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이승엽은 경기 전 타격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방망이를 휘둘렀다. 20분 정도 굵은 땀방울을 흘린 이승엽은 묵묵히 덕아웃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어차피 대타로 못 나갈 수도 있는데...’ 생각하고 연습을 거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에게 ‘대충’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꼭 필요한 순간에 김한수 감독은 이승엽을 호출했다. 5회 선두타자 구자욱의 3루타와 러프의 볼넷이 나와 삼성이 아주 유리한 상황. 넥센은 투수를 금민철로 교대했다. 김한수 감독은 조동찬 타석에서 대타 이승엽을 기용했다.
이승엽은 곧바로 1타점 2루타를 터트려 기대에 보답했다. 이승엽은 이날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루에 있던 러프가 주루사 당하지만 않았더라도 이승엽의 안타가 더 빛날 수 있었다. 삼성은 9회 터진 러프의 결승타에 힘입어 넥센을 3-2로 눌렀다. 이승엽의 1타점 적시타가 아니었다면 삼성의 승리도 없었다. 이승엽은 전날의 타격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김한수 감독은 이승엽의 체력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를 지명타자로 출전시키고 있다. 이승엽은 자신 때문에 러프가 붙박이 1루수로 나서는 상황에 대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이승엽은 방망이로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번의 타석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날 2루타를 추가한 이승엽은 통산 최다루타 KBO 신기록을 3909로 늘렸다. 이승엽은 통산 타점에서도 1437점으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한 그의 기록이 쌓여 이제 프로야구의 전설이 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영상]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