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린 로사리오(한화)가 포수 마스크를 쓰는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지속적인 기용은 아니겠지만 가능성이 열린 것은 분명하다.
지난 28일 NC와의 경기를 앞둔 한화 덕아웃. 배팅 훈련을 마친 로사리오는 덕아웃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포수 장비와 미트를 챙기기 시작했고,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불펜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로사리오는 이날 불펜 피칭을 실시한 이태양의 공을 받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들이 선발 등판을 이틀 정도 앞두고 실시하는 불펜 피칭은 불펜 포수들이 공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로사리오가 이날 불펜에서 포수로 공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이 장면을 불펜에서 지켜봤다. 이상군 대행은 이태양의 불펜 투구만 본 것이 아니었다. 로사리오의 포수로서 역량을 다시금 체크한 것이기도 했다. 지난 27일 경기 전에는 포수 송구 연습도 실시한 바 있다.
훈련을 지켜본 뒤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온 이상군 대행은 취재진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이상군 대행은 "오간도 쪽에서 먼저 요청을 해왔다.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고, 도미니카에서도 배터리를 이뤄봤다고 한다. 그래서 로사리오에 포수 준비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간도의 요청을 이상군 대행은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오간도의 선발 등판에 한정해서 로사리오가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로사리오는 현재 1루수로 나서고 있다. KBO 공식 등록 포지션도 내야수다. 하지만 본래 포지션은 포수였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4월 13일 대전 두산전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지만, 9회 수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며 한국 무대 포수 데뷔전을 가지기도 했다. 이튿날인 14일에는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 18일 고척 넥센전에서 경기 후반 포수로 나서기도 했다. KBO리그 사상 4번째 포수로 출장한 외국인 선수였다.
다만, 김성근 전 감독 체제하에서 로사리오의 포수 기용은 교체 카드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김 전 감독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로사리오 포수 기용은 성격이 다르다. 투수 쪽에서 먼저 의견을 개진했다. 오간도와의 호흡과 소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로사리오의 포수 기용은 생각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같은 도미니카 출신으로 투수가 좀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여건을 로사리오가 만들어줄 수 있다. 도루 저지, 볼 배합, 블로킹 등은 투포수 배터리 간의 소통 이후에 따라오는 문제들이다.
부정적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넥센 히어로즈 비니 로티노가 같은 외국인 선수 앤디 밴헤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로티노는 당시 포수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비교적 최근까지 포수로 활약한 로사리오와의 비교는 무의미 하다.
로사리오가 포수로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효과는 라인업의 공격력 강화다. 최재훈과 차일목이 버티는 포수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사리오가 포수로 자리잡을 경우 같은 포지션인 김태균이 1루 혹은 지명타자로 동시에 나서며 또 다른 공격력 강화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 대행 역시 "아무래도 로사리오가 포수를 보면 라인업에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로사리오를 포수로 활용할 경우의 강점을 전했다. 다행인 것은 로사리오도 팀을 위해 본인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 구단 관계자는 "로사리오도 자신이 포수로 나설 경우 라인업이 강해지는 것을 알고 있고, 요청을 받고 흔쾌히 포수 훈련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주전 포수인 최재훈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박상언이 올라와 있지만 아직은 미완이다. 최재훈의 복귀 시기가 늦어질 경우 로사리오를 포수로 활용해 가용 자원의 범위를 넓히는 구상도 가능하다.
물론 이 대행은 로사리오의 포수 기용에 대해 "오간도의 전담 포수의 성격이라고 확정지을 순 없다.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지속적인 기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결과가 좋을 경우 오간도 외에도 역시 도미니카 출신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도 호흡을 맞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과연 올 시즌 내에, 한화에서 '도미니칸 배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