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매치업에서 절대 열세라고 여겼던 시리즈였지만 SK의 20대 투수들은 저력을 발휘했다. SK의 다윗 선발 3인방이 김주한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달았고, 여기에 홈런포라는 칼까지 들고 LG의 골리앗 3인방을 잡았다.
SK는 26일부터 28일까지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24승24패1무를 기록, 5할 승률에 복귀했다. 5할 승률 복귀도 복귀지만, 선발진의 호투와 홈런포의 건재, 분위기 전환 등 수확물이 많은 시리즈였다.
당초 이 시리즈에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SK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우선 직전 시리즈인 롯데 원정 3연전에서 모두 졌다. 그것도 박종훈 켈리 윤희상이라는 그나마 믿을 만한 선발투수들을 내고 무너졌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25일 경기에서는 마운드가 무려 17점을 주며 무너진 끝에 대패했다. 인천행 버스에 오르는 심정이 편할 리 없었다.
켈리와 윤희상을 사용한 SK는 이번 LG와의 주말 3연전에 상대적으로 약한 카드로 보였던 김태훈 문승원 박종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LG는 허프 임찬규 차우찬이라는 막강 카드를 들고 인천으로 넘어왔다. 선발 싸움에서는 SK가 절대 열세로 보였다. 자칫 잘못 연패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였다.
그러나 역시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었다. 김태훈 문승원 박종훈이 모두 역투를 거듭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만들었다. 선발로 5이닝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었던 김태훈은 26일 5⅓이닝 1실점 호투로 데뷔 후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안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었던 문승원은 27일 올 시즌 리그 첫 삼중살을 엮어내며 6이닝 무실점으로 역시 승리를 따냈다.
바턴을 이어받은 박종훈도 28일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마음껏 이용하며 6이닝 1실점으로 LG 타선의 발을 완전히 묶었다. 3연전 내내 선발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LG는 26일 허프가 7이닝 3실점, 27일 임찬규가 6이닝 1실점, 28일 차우찬이 5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오히려 선발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SK가 더 나았다.
여기에 불펜에는 김주한이라는 해결사가 있었다. 역시 올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김주한이었지만 이번 LG와의 3연전에서는 소방수 몫을 톡톡히 했다. 26일에는 2-1로 앞선 6회 김태훈을 구원, 1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채은성을 병살타로 잡아내고 김태훈의 승리를 지켰다.
기세를 탄 김주한은 27일에도 문승원의 뒤에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28일에는 5-1로 앞선 8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서진용을 구원해 양석환을 병살타로 잡고 또 팀의 승리를 지켰다. 비록 9회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하기는 했으나 무사 만루에서 정상호를 다시 병살로 처리하고 실점을 최소화했다. 세 차례의 병살 유도로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한 셈이 됐다.
여기에 타선은 이 선발 3인방에 홈런이라는 칼을 선물했다. 26일에 홈런 2개(정진기 한동민), 27일에 홈런 2개(최정 한동민)을 터뜨린 SK는 28일에는 로맥이 연타석포를 터뜨리는 등 역시 홈런 4방(로맥2, 정진기, 최정)을 집중시키며 승리를 거뒀다. 공교롭게도 이 홈런 8개는 모두 솔로포였다. 그러나 팽팽한 흐름이 깨는 홈런이 많았다는 점에서 1점 이상의 의미였다. 실제 3경기 모두 결승점은 홈런에서 나왔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