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2 중간점검②] 견제픽에 정치질까지, 근간 흔드는 기형적 팬덤싸움
OSEN 정지원 기자
발행 2017.05.29 10: 49

'대중성의 걸그룹, 팬덤의 보이그룹'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적으로 걸그룹은 대중성에서 강세를 보이고, 보이그룹은 팬덤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Mnet '프로듀스101'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여지없이 발생 중이다. 연습생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기서 초래되는 부작용은 단순히 아쉬움을 넘어서 프로그램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견제되는 순간 OUT"…견제픽·동정픽 사태
가장 대표적인 예는 '견제픽'과 '동정픽'으로 인한 무차별 순위 변동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좋은 순위를 유지하고, 상승세인 연습생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로 하위권 순위의 멤버를 투표하는 '견제픽', 실력 상관 없이 하위권이라는 이유로 불쌍하다며 투표하는 '동정픽' 등이 '프듀2'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때문에 하위권 멤버 내에서는 주 단위로 20위권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순위 변동이 상당하다. 그 결과 실력 있는 멤버가 견제픽으로 뽑힌 연습생에 밀려 순위가 대폭 하락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비단 온라인, 모바일 투표 뿐만이 아니다. 팬들 앞에서 치러진 포지션 평가에서는 이같은 견제픽의 폐해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견제 상대인 실력파 연습생을 밀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그대로 수면 위로 공개됐다. 댄스 포지션의 경우 노태현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력파 연습생들이 대거 하위권에 랭크됐다. A반 멤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사무엘은 최하위에 머무르며 견제픽의 희생양이 됐다. 
◆"여론몰이로 악플 유도"…징그러운 정치질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다른 연습생을 음해하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흔히 이를 두고 '정치질'이라고 하는데, 편을 나눠 상대를 무차별 공격하는 모습이 마치 정치 판도와 같다고 해 붙여진 씁쓸한 별칭이다.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모바일 채팅방을 개설해 팬들을 모은 후, 각종 커뮤니티 및 SNS에 동시다발적으로 '견제 대상' 연습생을 음해하는 글을 올린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들은 그 글로 몰려가 동조하는 여론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저주에 가까운 악성 댓글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2차 순위 발표식에서 인기가 급상승한 한 힙합 레이블 연습생의 팬 일부가 커뮤니티에 일부 연습생에 대한 안 좋은 글을 게재하고 여론몰이를 하는 등 이른바 '정치질'을 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고백해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글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들이 공개한 정황 증거를 미뤄봤을 때 많은 팬덤에서 이같은 '정치질'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하철·버스 광고, 과열양상 경계해야
잘못된 투표, 잘못된 여론전이 판치는 와중에도,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위해 무엇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앞선 예시와 다르게, 좋은 마음에서 비롯된 행보가 바로 광고다. 버스 광고, 지하철 역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내 멤버'를 더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같은 홍보가 투표로 이어진다면 그 연습생은 데뷔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홍보 열기가 자칫 과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지하철 역 광고 추가, 버스광고 추가, 지역 확대 등이 이어지고 있는 터. 아직까진 큰 문제 없이 광고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두고 비교 양상이 펼쳐진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또 팬덤 내에서 온라인 상 모금을 진행하는만큼 사기 가능성도 존재한다. 조심하고 우려해서 나쁠 것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프듀2'를 통해 발생한 팬덤은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실력 있는 연습생을 뽑아 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프로그램의 근간까지 흔드는 기형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악성 댓글을 고소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해결 방안도 없어 더욱 안타깝다. 연습생 팬덤의 자정이 필요하다. /jeewonjeong@osen.co.kr
[사진] OSEN DB,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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