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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터널' 김민상 "살인마 목진우, 감싸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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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소영 기자] OCN '터널'이 없는 첫 주가 지났다. 지난 3월 26일부터 2달 동안 안방의 주말 밤을 책임졌던 '터널'이 16회로 지난 21일 종영한 것. 채널 내 역대 최고 시청률인 6.5%(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찍고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터널'이 남긴 건 비단 시청률 기록 뿐만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최진혁을 비롯해 재발견 된 배우들이 많은데 역대급 소시오패스 살인마를 연기한 배우 김민상도 그 중 하나다. 무섭기는커녕 유쾌하고 진솔했던 최근 그와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터널' 대본에 대한 믿음 컸죠"

김민상이 분한 목진우는 여성 혐오에 따른 살인을 일삼으면서도 부검의로서 피해자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연쇄살인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라 여성을 살해한 뒤에도 태연한 얼굴로 일상에 녹아들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희대의 악역이다. 

"아무래도 범인이라 제작진이 캐스팅 회의를 많이 했다더라고요. 인지도 있는 유명 배우로 캐스팅하려다 제가 운 좋게 됐죠. 사실 목진우는 제가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닮은 점이 하나도 없거든요. 게다가 작가가 설정한 "~했네만" 같은 말투도 어려웠죠. 그래서 평소에도 계속 목진우 말투로 생활했어요. 스태프들도 다 따라하더라고요(웃음). 평소 제 말투였다면 연기하긴 편했겠지만 작가가 설정한 캐릭터가 무너질 테니 만들어져 있는 목진우에게 제가 다가갔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다른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소시오패스는 잘 웃고 이성적이고 사이코패스는 부딪히면 충동적이고 그런 설정들을 공부했죠. 저는 원래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는 편인데 소시오패스 목진우를 위해 한 템포를 끊고 가려니 익숙하지 않았죠. 그래서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된 작품이에요. 정호영(허성태 분)이 사이코패스였고 목진우는 전형적인 인격장애에 소시오패스였죠."

'터널'은 신용휘 감독과 이은미 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1986년 열혈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범인을 쫓다가 30년 타임슬립해 현재 형사와 결국 연쇄살인마를 잡는 브로맨스도 그렸다. 초반 '시그널'과 비슷하다는 오해로 '터그널'이라는 오명을 얻었는데 신용휘 감독과 이은미 작가는 마침내 이를 뒤집었다. 눈길을 끄는 건 두 사람 다 이번이 미니시리즈 입봉작이라는 점이다. 

"추리물에 타임슬립물이잖아요. 원래는 범인을 숨겨놓고 맞히는 맛으로 보는데 '터널'은 작가의 의도가 일찍 벗겨졌어요. 목진우가 '어둠이 아닌 빛에 숨는 사람도 있다네' 이런 대사를 과감하게 썼잖아요. 자신 있다는 작가의 뚝심이었죠. 초반에 '터그널'로 불렸지만 저희는 자신 있었어요."

"대본에 대한 배우들의 믿음이 컸고 감독님의 연출 역시 믿었죠. '또 타임슬립이냐?'는 염려는 전혀 없었을 정도로요. 결말 역시 마음에 들어요. 약간 열려 있는 편이잖아요. 목진우는 아마 무기징역을 받지 않았을까요. '보이스'에서 모태구는 대단하게 죽었지만 목진우는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감옥에서 끝까지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보이스'에 비하면 우린 정말 따뜻한 휴머니즘 드라마네요 하하." 

◆"최진혁과 윤현민, 정반대 스타일"

목진우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아무렇지 않게 부검의로 살았던 만큼 그를 연기한 김민상은 최진혁 못지않게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최진혁에게는 극 후반부 죽도록 맞았고 김선재 역의 윤현민에겐 배신감을 선사하며 '쓰레기 오브 쓰레기'임을 입증했다. 신재이 역의 이유영은 폭행, 납치, 살인 미수 등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다. 

"최진혁은 정말 동물적이고 충동적이고 몰입력이 뛰어난 배우더라고요. 제 멱살을 잡는 최진혁에게서 실제로 살기가 느껴졌죠. 순간 정말 놀랐어요(웃음). 내가 태연하게 살인을 정당화 할 때 울컥해서 주먹을 쥐는데 정말 때리는 줄 알았다니까요. 덕분에 제가 '국민 멱살'이라는 얘기도 들었네요 하하. 대본엔 분명 '당신'으로 써 있는데 최진혁이 더 세게 '네가', '새끼'로 바꿔서 소화하길래 진짜로 나한테 감정이 있는 건가 싶었을 정도였어요."

"윤현민은 최진혁과 반대 스타일이에요. 완전 이성적이죠. 정호영 캐릭터가 박광호와 비슷하다면 김선재는 목진우랑 닮은 편이 많았답니다. 전작에서 제가 윤현민의 여자 친구를 죽였는데 이번 '터널'에선 또 엄마를 살해했잖아요. 다음 작품에선 본인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면서 복수하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유영은 멘탈이 강한 배우예요. 사실 막판에 제가 신재이 목을 조르는 신이 있었는데 제가 실제로는 손에 힘을 안 줬거든요. 본인이 숨을 참고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연기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카메라 감독님한테 저만 혼났어요. 연기를 해야지 진짜로 상대 목을 조르면 어떻게 하냐고요. 이유영이 장난을 친 거죠. 전 정말 억울했답니다."

◆"연기, 아직도 공부할 따름이죠"

'터널'이 시청률 6.5%를 찍을 줄 그 누구도 몰랐다. 현장에서도 3% 정도는 예상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터널'의 시청률 상승 곡선을 꺾일 줄 몰랐다. 14~15회에서 스토리 전개가 주춤해 시청자들의 원성이 들리긴 했지만 결국 '터널'은 마지막 회에서 완벽한 권선징악으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김민상은 비결을 묻는 말에 자신을 뺀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목진우가 절반은 한 것 아니냐"는 칭찬에 김민상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대본이 너무 완벽했고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다들 힘을 낼 수 있었죠. 사실 13회까진 시청자들의 믿음이 워낙 컸는데 이후엔 큰 사건이 없고 밋밋해서 실망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 같아요. 사실 댓글을 보면 상처 받는 편이라 저와 관련된 댓글은 잘 못 보는데 목진우가 경찰들 도청한다는 설정도 체스 말이 너무 커서 시청자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제게 목진우 캐릭터는 연기하면서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어요. 우표 모으듯 영정사진을 모으고 잠깐 짬내서 경찰 보란듯이 여대생을 죽인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감싸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웃음). 다만 인격장애로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그저 각시탈을 좋아하는 애국적인 소년이었는데 엄마에 대한 삐뚫어진 사랑으로 소시오패스가 됐죠. 공부도 잘해서 의사가 됐는데 대인관계 결여 능력 때문에 죽은 사람을 상대하는 부검의가 된 인물이니까요."

김민상은 대학교 때부터 연극을 전공해 1992년부터 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드라마와 영화에 본격적으로 출연한 건 2011년 영화 '도가니'가 시작이다. 연기파 배우들이 그러했듯 김민상도 연기 하나만으로 뒤늦게 빛을 본 셈. '인생작'을 만났다는 말에 김민상은 "아직 그 정도 급이 아니다"라며 끝까지 몸을 낮췄다. 

"'터널'은 연기를 가장 많이 공부하게 만든 작품이에요. 소시오패스라 힘을 빼서 대사를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힘이 느껴져야 하는 인물이니까요. 모순 되는 연기를 해야 하니 어려워 공부를 많이 했죠. 앞으로도 악역이든 어떤 캐릭터든 잘 소화하도록 노력할게요. 연극 연기도 병행하면서요. 연극 무대에 서면 연기적인 갈증이 해소돼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요."  /comet568@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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