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NC 다이노스의 선발진에 이재학이 숨통을 틔우고 있다. 아울러 이재학은 선발 복귀 후 다른 NC 토종 선발진에 해답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재학은 26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1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재학은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팀의 5-3 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 14일 마산 kt전을 시작으로 선발진에 복귀한 이재학은 첫 경기 5이닝 8실점(4자책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며 다시금 선발진에 안착했다.
선발 7연승으로 순항하던 제프 맨쉽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마땅한 토종 선발진을 찾지 못한 NC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이재학의 존재감이다.
여기에 호투와는 별개로 이재학은 복귀 이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제구가 안정됐고, 공격적인 투구가 따라온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복귀 이후 17⅔이닝 동안 내준 볼넷은 3개에 불과하다. 26일 경기에서도 이재학은 11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공격적으로 한화 타자들과 맞붙었다. 안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볼넷 출루를 최소화했다.
이재학이 마운드를 내려올 때 투구 수는 99개에 불과했다. 100개를 넘지 않는 선에서 7회까지 막아주면서 이재학은 불펜이 등판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췄다. 통산 9이닝 당 볼넷이 3.76개로 적은 수치가 아니었던 이재학의 환골탈태였다. 이재학은 26일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73개, 볼 26개만 기록했다. 피안타에 비해 대량 실점을 하지 않은 이유도 결국 볼이 적었기 때문에 자멸하지 않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에이스 맨쉽이 이탈한 상황에서 차례대로 기회를 받은 토종 선발진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불펜들이 조기에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다. 더욱이 경기도 접전으로 흐르면서 필승조들의 등판 횟수는 많아졌다. 현재 NC 불펜은 리그 최다인 204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절대 훈장이 아니다.
투구 수가 많아지고 조기에 강판되는 원인은 단연 볼넷이다. NC 선발진은 리그 최소 이닝은 218이닝을 소화했고, 9이닝 당 볼넷은 3.51개로 두산과 함께 가장 많다. 여기에 에릭 해커와 제프 맨쉽의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토종 선발진으로 한정 지을 경우 118⅓이닝 68볼넷을 허용했다. 토종 선발진의 9이닝 당 볼넷은 5.17개로 급격히 늘어난다. 김경문 감독이 지난 5일 고척 넥센전 선발 등판한 강윤구에게 불만이었던 이유도 볼넷이었다.
이재학의 복귀 후 투구 내용은 앞으로 나설 토종 선발진에 해답을 제시한 교보재다. 이재학의 모습이 바로 김경문 감독이 원했던 모습이다. 27일 한화전에 좌완 구창모가 선발 등판하고, 앞으로 최금강, 윤수호, 강윤구 등이 다시금 선발 기회를 받을 것이다. 이재학이 마운드 위에서 펼친 자신 있는 투구 내용이 다른 토종 선발진에게도 이식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재학은 경기 후 “승 보다는 시즌 초반 팀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경기에 나가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학은 마운드에서의 투구뿐만 아니라 마음가짐 자체로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했다. 고민의 NC 선발 마운드가 이재학의 영향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당장 27일 선발 등판하는 구창모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jhrae@osen.co.kr
[사진] 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