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결말' 김성근 감독, 왜 한화서 실패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5.23 15: 09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씁쓸하게 물러난다. 김성근(75) 감독이 결국 한화에서 중도 퇴진의 비운을 맛보게 됐다. 
한화는 23일 김성근 감독의 사의를 공식 발표했다. 팬들의 1인 시위와 청원 동영상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지난 2014년 10월 한화 제10대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돌아온 김 감독은 2년 반 동안 성적 부진과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대대적 투자에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과 3년째 성적 부진에 구단이 칼을 빼들었다. 
부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6위에 오르며 돌풍의 중심에 있었던 한화는 후반기 추락으로 6위에 만족했고, 2년차가 된 지난해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구단은 특급 FA와 외국인선수 영입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우승 후보 전력을 구축했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은 방향설정을 잃었다.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된 팀 운영 방법이 문제였다. 

김 감독은 한화 사령탑 부임 당시부터 구단 운영의 전권을 손에 넣었다. 현대 야구는 프런트와 현장의 분업으로 적절한 견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김 감독은 철저히 현장 중심의 1인 리더가 되길 원했다.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김 감독을 데려온 한화는 프런트가 한 발 물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화 구단 운영은 모두 김 감독만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려 스프링캠프지로 부적합한 일본 고치를 간 것이 대표적 사례. 구단이 장기적 안목으로 짜놓은 유망주 육성 계획도 헝클어졌다. 김 감독은 유망주보다 즉시 전력감을 원하면서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거나 추진했다. FA 영입 등으로 유망주 선수들이 하나둘씩 유출, 나이 많은 팀이 되어버렸다. 
첫 해에는 눈에 띄는 성적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2년차 실패를 부른 요인이 됐다. 눈앞의 승리를 위해 박정진·권혁·송창식·윤규진·장민재 등 특정 투수들만 집중 투입하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때마다 김 감독은 "바깥에서 모르는 내부사정이 있다"고 무마했지만, 혹사 여파가 지난해 후반부터 팀 발목을 잡았다. 김민우·안영명·로저스·권혁·송창식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혹사 논란은 투수에게만 해당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캠프 때부터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몰아붙였고, 시즌 중에도 원정경기 전 특타와 홈경기 종료 후 야간 특타를 강행했다. 휴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물음표가 붙는 지도 방법이었다. 김 감독 사의 표명의 발단이 된 것도 지난 21일 삼성전 경기 후 특타를 허용하지 않은 구단 방침 때문이었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LG 감독 출신인 박종훈 신임 단장을 선임, 김성근 감독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김 감독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권한을 잃은 김 감독은 깊은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고, 구단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구단은 새 시스템의 원칙을 고수했다. 야구에 집중해도 모자랄 상황에 구단과 갈등은 김 감독의 의욕을 꺾었다. 
결국 마지막 순간 경질로 끝을 맺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김 감독의 프로야구 감독 생활이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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