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정재 "결혼? 나이가 많아서 이제는 별로 생각 없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23 10: 59

 (인터뷰①에 이어) 번지르르한 외모 위로 일그러진 욕망을 분출하는 상류층, 거칠고 잔인한 수양대군, 냉철한 임시정부대원 등 그간의 이정재에게 익숙했던 관객이라면 ‘대립군’ 속 천민 계층 토우가 제법 파격적인 변화로 느껴질 것이다.
이는 또한 어떤 형용사로도 좀처럼 수식될 수 없었던 이정재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된 듯하다. 정작 본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연기의 나이테를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지만 말이다.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그는 2년 만에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높였고 이후 ‘백야3.98’(1998), ‘에어시티’(2007), ‘트리플’(2009)에 출연했다.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젊은 남자’(1994) 이후 ‘태양은 없다’(1999), ‘인터뷰’(2000), ‘시월애’(2000), ‘선물’(2001) ‘오버 더 레인보우’(2002) 등 로맨스를 주로 해오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2010년 ‘하녀’에 출연한 이후 ‘도둑들’(2012) ‘신세계’(2013), ‘관상’(2013), ‘빅매치’(2014), ‘암살’(2015), ‘인천상륙작전’ 등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을 표현하며 선 굵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정재는 2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드라마는 안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웃음) 처음에 시나리오 속 토우를 보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누가 보기에도 산의 사람처럼 평범하게 보여야 하는데, 말하고 행동하고 동료들끼리 아파하고 이런 것들이 특별히 과장된 부분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비결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자연스럽게 외모를 구현해내는 게 첫 번째 숙제였다. 분장팀과 헤어, 분장, 의상 등 테스트를 많이 했다. 가령 상처가 난 얼굴 분장에서는 더 상처를 많이 내기도, 더 적게 내기도 하고 수염도 직모부터 곱슬거리는 수염까지 굉장히 여러 가지를 붙여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토우 캐릭터를 소화한 과정에 대해 부연했다.
영화 속 대립군은 오랜 시간 동안 조명 받지 못한 이름 없는 민초들이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며 나라를 지키려 한다. 이 같은 대립군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대립군’은 전쟁이라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민초들이 진정한 리더를 만들고, 다시 한 번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1592년-2017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의 이정재부터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나라를 지켜야 했던 광해 역의 여진구, 생존을 위해 대립군의 안위를 걱정해야 했던 곡수를 연기한 김무열은 서로 갈등하면서도 남의 군역을 대신하는 과정 속에서 남다른 호흡을 완성했다. 특히 세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렬한 공통분모를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영화 속의 호흡은 촬영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이정재는 이날 김무열의 연기력과 인성을 극찬했다. “아주 매력적이고 섬세한 배우다. 남성적인 면도 많은 배우이다. 그렇게 매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래서 미안했다.(웃음)”며 “배우로서 감성이 굉장히 풍부하다. 그 감정의 높낮이를 잘 조절할 줄도 안다. 연기적 실력을 갖췄는데도 굉장히 겸손하고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김무열씨는 성품이 참 좋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김무열씨를 보면 결혼하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별로 생각이 없다. 지금 굉장히 오랜 만에 (결혼)생각을 해봤다.(웃음)”고 답했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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