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스피드 업 KBO' 팬들은 만족한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23 06: 29

KBO가 사활을 걸었던 경기 시간 단축이 올해 드디어 이뤄질 전망이다.
KBO리그는 매년 기나긴 경기 시간으로 신음했다. 2014년 역대 최장 시간인 3시간 27분을 기록하며 조만간 3시간 30분대까지도 진입할 분위기였다.
KBO는 특단의 조치를 가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스피드 업' 룰을 적용한 것이다. 타자는 10초 내에 타석에 들어서야 하며 응원단은 등장 음악 재생 시간을 줄여야 했다. 또한 타석에 들어선 이상 몸쪽 공으로 균형을 잃었을 경우 등을 제외하면 최소 한 발은 타석 안에 둬야 했다.

막상 이러한 조치에도 경기 시간은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완연한 감소세를 띄고 있다. 그 이유와 팬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 5년만의 최저 경기 시간 가능할까
올 시즌 KBO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22일 기준 3시간 16분이다. 언뜻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이는 선명하다. 지난해 KBO리그는 경기당 평균 3시간 25분을 소모했다. 이에 비해 9분 가까이 줄인 셈이다.
만일 이러한 흐름대로 시즌 끝까지 3시간 10분대를 사수한다면 이는 지난 2012년 3시간 11분 이후 5년 만의 최소다.
3시간 10분대를 유지하던 KBO리그 경기 시간은 2013년 3시간 20분을 신호탄으로 2014년 3시간 27분까지 뛰었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긴 평균 경기 시간이었다. 2015년에는 평균 3시간 21분을 기록했다.
이러한 시간 단축의 이유로는 완화된 타고투저, 즉 투고타저 흐름이 꼽힌다. 올 시즌 KBO리그는 경기당 평균 5.99개의 볼넷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46개에 비해 1개 이상 줄어든 값이다.
2015년(7.30개), 2014년(7.56개), 2013년(7.55개) 등 매년 7개를 넘었던 볼넷의 감소는 분명 반가운 요소다. 올해보다 경기 시간이 빨랐던 지난 2012년에도 경기당 평균 볼넷은 6.95개로 올 시즌보다 많았다. 선수출신 해설위원 A씨는 "볼넷 남발은 성적과 직결된다. 하지만 팬들의 답답함 역시 볼넷을 내주는 순간에 나온다"라며 볼넷 감소를 반겼다.
점수 자체가 적게 나는 기조도 한몫한다. 지난해 KBO리그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11.2점. 그러나 올해는 9.49점으로 2점 가까이 줄었다. 한 경기당 2점이 덜 난다면 하루 다섯 경기로 따졌을 때 전 구장서 10점이 덜 나는 효과다. 분명 유의미한 변화다,
엄청난 기여는 아니지만, 투수 교체를 적게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KBO리그는 2014년 경기당 4.29명, 2015년 경기당 4.33명의 투수를 기용했다. 지난해는 조금 올라 4.45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향했다. 그러나 올해는 4.29명의 투수를 내고 있다. 선발투수를 제외하면 경기당 3.29명의 투수가 나오고 있는 꼴이다.
▲ 2시간대 사수하는 kt…달라진 한화
구단별로 살펴보면 kt의 기세가 매섭다. kt는 올 시즌 평균 2시간 58분이면 경기를 끝냈다. 다른 팀들이 3시간 10분~20분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위 넥센(3시간 7분)과도 10분 가까이 차이난다.
김진욱 kt 감독은 "모기업 kt에 '데이터 세 시간 프리' 요금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팬들이 우리 경기를 보는 시간 동안은 데이터 걱정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진 뒤 "평균 경기 시간을 세 시간 이내로 유지하고 싶다. 긴 경기는 관중들의 몰입을 방해한다"라고 진단했다.
kt는 지난해 평균 3시간 22분, 2015년에는 평균 3시간 16분을 기록한 바 있다. kt는 올 시즌 유일하게 4시간 이상 경기를 소화하지 않은 팀이기도 하다.
한화도 경기 시간 단축에 보탬이 되고 있다. 매년 리그 평균 수준이던 한화의 경기 시간은 지난 2015년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훌쩍 뛰었다. 2015년 3시간 33분으로 리그에서 가장 오래 경기했던 한화는 지난해에도 3시간 38분으로 이 부문 1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3시간 24분이면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약 14분 정도 감소에 성공한 것이다. 14분씩 5경기면 1시간 10분이다. 분명 큰 차이다. 두산(3시간 26분)에 이어 최장 시간 2위. 절대적인 시간 소모 자체도 줄었지만 상대적으로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경기를 빨리 끝낸다면 가장 미소 지을 이들은 NC 팬들이다. NC가 올 시즌 3시간 이내로 경기를 마쳤던 건 10차례. NC는 이 중 8번을 이기며 승률 8할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반면 삼성은 3시간 이내 경기를 끝냈을 때 2승9패(승률 1할8푼2리)를 기록 중이다. 승률 자체가 2할9푼3리로 높지 않지만 평소보다 1할 이상 떨어지는 꼴이다. 반면, 한화는 올 시즌 4시간 이상 경기를 했을 때 4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 만족하는 팬들…감소 자체가 의미 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한화팬 윤형석(27)씨는 "매년 10차례 이상 한화 경기를 찾아 응원한다. 지난해까지는 경기 시간이 길었지만 올해는 체감하기에도 확 줄었다"라며 "구체적인 경기 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투수나 야수 교체가 적어진 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라고 분석했다.
kt 팬들은 '최저 시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kt팬 박주아(33)씨는 "기사를 통해 kt의 경기 시간이 리그에서 가장 짧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기사와 상관 없이 직접 느끼기에도 경기 시간은 다른 팀에 비해 짧은 것 같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팬들은 금액을 지불하고 경기장에 찾는다. 언뜻 '오래 하는 게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너무 긴 경기 시간은 바라지 않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경기 시간 최소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5년 2시간 56분, 지난해는 정확히 3시간을 기록했다. 올해는 3시간 초반대. 2시간대 진입을 위해 '자동 고의4구' 등 다양한 방안을 내고 있지만 실효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KBO리그 경기 시간은 여전히 긴 편이다. 하지만 수년째 3시간 20분대에서 머물던 시간이 유의미하게 줄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대목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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