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그게 이유야?"..'터널'이 꼬집은 女 혐오 범죄의 역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5.22 10: 52

"그런 여자들 뻔하지 뭐"
짧은 치마를 입었다고, 처음 만난 남자와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순 없는 일이다. OCN '터널'이 마지막 회에서 여성 혐오 범죄의 희생자들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21일 방송된 '터널' 최종화에서 30년간 연쇄살인을 일삼은 목진우(김민상 분)는 체포된 후에도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다. 박광호(최진혁 분)와 김선재(윤현민 분)는 그의 트라우마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자극요법을 펼쳤다. 

김선재는 "엄마와 행복했던 기억이 있지만 남자 손님들 때문에 자신을 귀찮아하는 거라고 생각해 화가 났겠지. 천씨 아저씨가 더러운 것들은 모조리 죽여야 된다고 한 말도 자극이 됐을 거다. 그런데 엄마가 알콜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래도 슬프지 않았다. 왜냐면 엄마는 더러워서 죽은 거니까. 그래서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만 골라 스타킹으로 목을 조른 거다. 그 여자들이 엄마로 보였으니"라는 말로 목진우의 심리를 파헤쳤다. 
비릿하게 웃은 목진우는 사실 본인 자체가 트라우마였다. 박광호는 "너랑 정호영이나 똑같다. 아무 죄없는 사람들 죽이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라고 비교했고 목진우는 서서히 반응했다. 특히 그는 피해자들은 죄가 없다는 말에 발끈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동안 죽인 피해 여성들이 거짓말로 외박하고, 다른 남자와 웃었고, 예쁘다는 말에 치마를 입고 다녔다며 살인을 정당화했다. "남자들에게 웃음을 흘리는 그런 여자들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김선재의 엄마를 두고서도 "버스에서 다른 남자를 보고 웃었어. 더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말하기도. 
어처구니없는 살해 동기에 김선재와 박광호는 폭발했다. "밤 늦게 돌아다니고 옷차람이 어떻든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너처럼 쓰레기 새끼한테는 더더욱"이라며 분노했지만 목진우는 "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아쉬운 건 이제 살인을 못한다는 점이다. 세상엔 아직도 단죄해야 할 사람이 많은데. 난 다 이유가 있어서 사람을 죽였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목진우의 혐의를 입증한 형사들은 피해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범인 검거 소식을 알렸다. 유족들은 그제서야 한을 풀어내 듯 오열했다. 30년이란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억울하게 죽은 가족들의 응어리를 토해내며 하염없이 울었다. 형사들은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5월,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 때문에 한동안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범죄들의 피해 여성에게도 잘못이 어느 정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치마를 입든, 늦게까지 밖에서 술을 먹든 그 어떤 이유로도 살인이 정당화 돼선 안 된다.
'터널'은 마지막 회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살인범의 가정 환경, 트라우마,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등 그 어떤 것들도 모두 핑계일 뿐. 피해 여성들은 그저 한 가족의 구성원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진 '터널'이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터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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