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야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동한(29)의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떠난 황재균의 공백으로 3루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지만, 김동한은 3루 경쟁의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두 달 가량이 지난 현재, 김동한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당당히 롯데의 3루 자리를 꿰찼다. 오태곤(현 kt), 문규현, 정훈 등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3루에서 김동한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3루 불안을 해소하고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3루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김동한은 현재 19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52타수 13안타) 1홈런 5타점 8득점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본격적인 3루 출장이 올 시즌 처음이지만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타석에서는 알토란같은 적시타와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 또 확실한 작전 수행 능력 등을 보여주면서 타선의 비타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타석은 적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희생의 가치’도 보여주고 있다.
2루수가 주 포지션인 그에게 3루수 도전은 주전 경쟁을 위한 높은 문턱이었다.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가 2루에 자리를 잡으면서 3루수가 경쟁터가 됐고, 생존을 위해서 3루수는 필수 옵션이었다. 더군다나 김동한은 경쟁에서 후발주자였다.
그는 “캠프 때 후보에 내가 없었는데 같은 내야수 였기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나를 탓했다. 더 노력하고 준비해야 했다”고 생각한 김동한이었다.
그렇기에 김동한은 남들보다 더 노력을 해야 했다. 다만, 독기와 오기로 오버페이스 하기 보다는 자신의 야구를 먼저 생각했다. 그는 “독기를 품었다기보다, 제 스스로 내 야구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면 만족할 만한 모습이 나올 것이고, 어디서든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내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야간 훈련도 하고 꾸준히 했던 것이 하늘이 도운 것 같다. 긴 시즌 동안 변수가 많을 것이고 이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기가 좀 일찍 찾아왔다”며 3루수로 도약하기 과정을 되돌아봤다.
한 때 “3루수를 거의 처음 했지만 더 편했다”고 말했던 그였다. 그러나 지난 7일 사직 KIA전 실책 2개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것이 김동한 스스로에게 다시금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클러치 실책 2개를 하고 난 뒤 부담이 생겼다. 실책 전에는 정말 편했는데, 팀도 지니까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후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고, 현재는 다시 평온한 상태를 되찾았다고.
지난해 김성배와 트레이드 되면서 두산에서 롯데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동한이었다. 터닝포인트가 만들어졌다. 이는 김동한을 더욱 자극하는 촉매제였다. 그는 “군대를 갔다 오고 29~30세 사이에 야구 인생이 결정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1,2년 안에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하면 힘들다고 생각했다. 트레이드로 계기가 마련됐으니 절실한 것은 당연했다”며 트레이드 당시를 되돌아봤다.
또 지난해 말 백년가약까지 맺으면서 간절함에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김동한은 “결혼하고 생활비 나가는 것이 장난 아니더라. 체력을 유지하고 잘 먹어야 하다 보니 돈이 많이 나가더라”면서 “‘야구 잘해서 돈 많이 벌어야 겠다’고 생각도 했다. 나는 지금 생계형 야구를 하고 있다”면서 책임감을 웃으며 표현했다.
“아직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김동한이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매 타석과 매 이닝 수비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타격감이 괜찮은 것 같은데, 이를 유지하고,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게 하다보며 더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