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레터] 봉준호 그리고 '옥자', 넷플릭스가 아니면 안됐던 이유 [종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5.21 06: 50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답변에 여유가 넘쳤다. '달변가' 봉준호다웠다. 20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인터컨티넨탈 칼튼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의 한국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봉준호는 칸영화제와 넷플릭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옥자'에 대해 한치의 망설임 없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옥자'는 단연 칸영화제의 최고 화제작 중 한편이다. '옥자'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와 함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로서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극장 개봉이 아닌 인터넷 스트리밍 기반의 '옥자', '메이어로위츠'의 칸 입성은 프랑스 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칸영화제 측은 심사숙고 끝에 올해 넷플릭스 영화의 초청은 유지하지만 내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상영작만을 경쟁 부문에 초청하기로 규정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내년부터는 넷플릭스 영화를 칸영화제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여기에 올해 칸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작품에 수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하며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를 둘러싼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해가 있었다"며 "모든 심사위원은 넷플릭스 영화와 나머지 영화를 차별 없이 심사할 것"이라고 해명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봉준호 감독은 "오늘 기사를 보니 번복, 혹은 무마하시는 말씀을 봤는데 굳이 안 그러셔도 됐는데 왜 그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여유가 넘쳤다. 
'옥자'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 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옥자'를 언급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한 봉준호 감독은 이날 역시 "그 분(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좋다. '옥자'를 본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고 좋다"며 "그 분의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그 분 영화를 보며 흥분했기 때문에 그 분이 '옥자'를 안 좋아하셔도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옥자',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수상불가 방침을 해명하는 듯한 언급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장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러신 것 같은데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전통적 룰을 존중하며, 그의 입장을 백배 이해한다는 봉준호 감독은 "저나 노아 바움백 감독에 대한 입장을 말씀하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장 관람 문화는 소중하고, 극장 관람 행위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신 것 같다. 감독으로서는 백배 동감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와 하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이 보신 '옥자'는 지금의 '옥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애초부터 한국 제작사와는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는 봉준호 감독은 "너무 부담스러운 예산이었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돌아가는 돈의 크기가 있다. 만약 제가 한국의 돈을 쓰게 된다면 제 후배나 동료 감독, 배우들의 작업이 멈추는 거다"라며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서 외국 투자를 받아 한국영화에 민폐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옥자'의 과감한 시나리오와 초대형 제작비를 모두 감당할 수 있었던 회사가 넷플릭스였다는 것 역시 협업이 가능했던 이유였다. 봉 감독은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인디 파이낸서라고 하는 진취적인 회사들이 '옥자' 시나리오를 좋아했지만, 예산을 들으면 발을 뺐다. 반대로 전통적인 큰 회사들은 돈은 충분한데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멈칫했다"며 "그렇게 두 가지로 나눠지다 보니까 잠시 갈곳을 잃고 방황하던 차에 넷플릭스는 예산도 충분히 줄 수 있고, 시나리오도 글자 하나 고치지 말라고 하고, 디렉터스 컷도 저에게 권한을 100% 준다고 했다. 이렇게 큰 예산의 영화를 100% 자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당연했던 당시의 선택을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넓은 기회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전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서포트 해줬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이었다"며 "만약 제가 넷플릭스와 협업하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이 보신 '옥자'는 지금의 '옥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통해서만 탄생할 수 있었던 '옥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한편 '옥자'는 제70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오는 6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6월 29일 개봉한다. /mari@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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