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불펜이 5월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 2년간 한화 야구의 요체였던 불펜이 흔들리며 5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는 20일 대전 삼성전에서 8-9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투수 윤규진이 5이닝 3실점으로 버텼지만, 불펜이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특히 7회 4명의 투수들이 투입됐지만 어느 누구 하나 제 몫을 하지 못한 채 대거 5실점하며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다.
3연패 시작점이었던 지난 18일 고척 넥센전에선 마무리 정우람이 6-4로 리드한 9회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이택근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선발투수들이 최소 5이닝 이상은 꾸준하게 책임지고 있지만 불펜에서 지키는 야구가 전혀 되지 않는다.
4월까지 한화 불펜은 괜찮았다. 구원 평균자책점 5위(4.35)로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그러나 5월에는 구원 평균자책점이 리그에서 가장 높은 6.02로 치솟았다. 4월까지 26경기에서 블론세이브는 2개였지만, 5월에는 16경기에 벌써 3개. 이 역시 리그 최다 기록이다.
5월에 급격히 악화됐지만 이미 4월부터 한화 불펜은 지난해만 못했다. 시즌 전체 구원 평균자책점은 7위(4.93)이고, 승계 주자 실점은 41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승계 주자 실점률이 39.8%로 KIA(44.7%)에 이어 두 번째 높다. 투수 교체가 별로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정도 예고된 재앙이다. 한화는 지난해 불펜을 이끈 권혁과 송창식이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은 개막 엔트리에 무사히 합류해 리그 최다 25경기에 등판, 2승4홀드를 올렸으나 평균자책점은 5.85로 높다. 권혁은 허리 통증이 겹쳐 합류가 늦었는데 10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 중이다. 주로 원포인트로 투입된다.
두 투수 모두 지난해보다 힘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최고참 불펜 요원 박정진도 18경기 1패 평균자책점 7.43의 성적을 남긴 채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스윙맨 장민재 역시 11경기 3패 평균자책점 6.17로 부진하다. 심수창도 18경기 평균자책점은 3.86이지만 내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중심을 이룬 불펜투수들이 거의 다 성적이 하락했다.
2군에서 수혈한 김재영과 김범수도 타이트한 상황에선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불펜투수가 없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곤혹스런 표정이다.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워졌다. 선발투수를 최대한 끌고가며 버티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19~20일 알렉시 오간도와 윤규진 모두 마지막 이닝에 실점을 주고 강판됐다.
현재로선 엔트리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박정진·장민재가 21일 삼성전부터 1군 재등록이 가능하다. 두 투수는 서산에 내려가지 않고 대전에 남아 조정기를 거쳤다. 김성근 감독은 "박정진과 장민재의 상태가 괜찮다고 한다. 송은범은 아직이다"며 엔트리 조정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5월부터 눈에 띄게 힘이 떨어진 불펜의 흐름은 불길한 징조다. 아직 시즌은 102경기 더 남았다. /waw@osen.co.kr
[사진] 송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