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기다림' 성영훈, 간절함이 이뤄낸 1군 복귀전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5.20 06: 23

"정말 1군에서 다시 한 번만 공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긴 기다림이었다. 성영훈(27·두산)이 약 7년의 공백을 깨고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은 1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투수 성영훈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정규시즌 기준으로 지난 2010년 6월 10일 1군에서 말소된 뒤 2535일 만이다.
지난 2009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성영훈은 통산 1군 출장 경기가 24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성영훈의 프로 생활의 대부분은 재활이 채웠다.

성영훈은 "2010년 시즌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공익 근무 다녀와서 2013년 1월에 제대했는데, 계속 어깨가 아팠다. 재활하고 공을 던지다가 다시 재활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2015년도 6월에 일본에 가서 어깨 수술을 했다"며 "지난해 이맘 때 3경기 나왔는데, 그때까지는 팔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던지다보니 여기저기 근육통이 왔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시즌이 끝났다"고 자신의 재활 과정을 되돌아 봤다.
지난해부터 성영훈은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성영훈은 "캐치볼, 롱토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쉬지 않고 나왔다. 대만 캠프에서 피칭하고, 한국에서 피칭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올 시즌 4월 30일 LG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처음으로 경기에 나선 그는 최고 147km/h를 던지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2군에서 6경기 나와 8⅔이닝 8실점(7자책)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통증이 없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긍정적이었다. 결국 간절하게 바라던 1군 무대를 밟게 됐다.
약 7년만에 올라온 1군 무대. 성영훈은 "아직 1군 느낌을 잘 모르겠다"라며 "잘하려고 욕심을 내기 보다는 분위기에 적응을 해야겠다.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1군에 다시 오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갓 스물이었던 그는 이제 어느덧 스무살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갔다. 입단 당시 계약금 5억 5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야구계를 주목시킨 '최고 유망주'였지만 얻었지만, 지난 7년 동안 1군 무대는 성영훈에게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기나긴 재활 과정은 성영훈에게 1군 무대를 더욱 간절하게 했다. 성영훈은 "처음에 아팠을 때는 금방 경기에 나설 줄 알았는데, 재활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재활을 하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라며 "그래도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1군에서 한 번만이라도 더 던져보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쯤은 꼭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재활 기간 중 무엇보다 힘든 것은 공을 던지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아픈 경우에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공을 던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공조차 던지지 못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2군, 재활군 코칭스태프 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정말 나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다"고 고마워했다.
성영훈의 1군 마운드 복귀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그는 1군에 이름을 올린 뒤 곧바로 경기에 나섰다. 
1-5로 지고 있던 5회초 마운드에 오른 성영훈은 선두타자 서동욱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곧바로 견제로 서동욱을 2루에서 잡아냈다. 이후 김주찬을 우익수 뜬공으로 막은 그는 최형우를 2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나지완을 다시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 세우면서 이닝을 마쳤다. 총 투구수는 21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서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h가 나왔다.
아직 100%라기 말하기는 어렵지만, 만족스러울만한 1군 복귀전이었다.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자신이 있어야할 무대를 밟게 됐다. 성영훈은 "어렸을 때는 욕심이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1군에서 공을 던지면 행복할 것 같다"고 다소 소박해졌지만, 누구보다 진심이 느껴지는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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