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는 3할 유격수가 둘이나 있다. 1군에 하주석(23)이 있다면, 2군에는 정경운(24)이 타율 3할대 유격수로 펄펄 날고 있다.
정경운은 올 시즌 한화 퓨처스팀이 치른 35경기 중 32경기를 뛰며 팀 내 최다 출장 중이다. 붙박이 주전 유격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정경운은 타율 3할1푼9리 37안타 3홈런 20타점 25득점 4볼넷 3도루 OPS .874 실책 4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안정된 수비, 일취월장한 타격
최계훈 한화 2군 감독은 "하주석이 있지만 야구는 센터라인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정경운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2군에서 키워볼 만한 활용가치가 있어 고정적으로 쓰고 있다. 작년까지는 육성군 소속이라 경기를 별로 안 나왔다. 초반에 좋았다가 조금 페이스가 떨어져있다. 경기 경험이 많지 않아 굴곡이 있는 편이지만, 계속 경기를 뛰며 컨디션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광주일고-성균관대 출신은 정경운은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의 추천으로 한화 육성선수로 어렵게 프로에 발을 디뎠다. 지난해 2군 47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 23안타 2홈런 14타점 16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의 집중지도를 받았다. 김 감독은 "하주석 뒤를 받칠 유격수가 필요하다. 정경운이 가능성 있다"며 기대를 걸었다.
정경운은 수비력을 먼저 인정받았다. 한화 퓨처스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정경운이 수비 하나는 최고란 평가가 계속 나온다. 공을 잡고 빼는 동작이 부드럽다"고 귀띔했다. 정경운도 "원래 수비는 자신있다. 공을 놓칠 것 같지 않다. 고교 때부터 기본기에 충실했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이지만 고등학교 때 3루, 대학교 때 2루도 봤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타격도 일취월장했다. 정경운은 "원래는 방망이가 약해 수비에 중점을 뒀지만, 올해 김성래·김응국 타격코치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레그킥을 줄이고, 준비 자세와 스탠스에 변화를 준 것이 잘 맞는다. 원래는 땅볼이 많았는데 라인드라이브가 증가했다. 타구질이 좋아진 느낌이다. 실제로 지난해 2루타 4개와 홈런 2개로 장타율이 3할3푼3리에 그쳤지만, 올해는 벌써 2루타 12개, 3루타 1개, 홈런 3개로 장타율 5할1푼7리다. 퓨처스리그 전체 2루타 부문 공동 1위에도 올라있다.
다만 한 시즌을 보낼 체력을 보완하는 게 과제다. 김성래 2군 타격코치는 "유격수로 경기를 계속 나가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이 조금 떨어졌고, 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체력만 보완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3경기 10타수 5안타로 회복세. 정경운은 "경험이 쌓이는 것이 경기를 할수록 느껴진다"고 자신했다.
▲ 아내와 딸, 그리고 동생 정주후
정경운은 대학 시절 일찌감치 결혼을 했다. 벌써 3살 된 딸이 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그를 '독종'으로 만들었다. 한화 관계자는 "시즌 중에는 쉬는 날이 별로 없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매순간 절실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운은 "아내와 딸이 있어 책임감도 강해졌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정경운에겐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바로 2살 동생인 kt 내야수 정주후와 1군에서 맞대결하는 것이다. 광주일고 출신 정주후는 형보다 먼저 프로에 왔다.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33순위로 kt에 지명됐고, 지난해 1군도 경험했다. 12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4득점을 기록했다. 형처럼 내야수로 주 포지션은 2루수와 유격수. 올해는 kt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31경기에 출장, 타율 3할1푼9리 36안타 8타점 23득점 11도루를 기록 중이다. 형과 타율이 같다.
정경운은 "1군에서 동생과 같은 경기에서 뛰어보는 게 목표이자 야구선수로서 가장 큰 꿈이다"며 기대했다. 그러기 위해선 육성선수 신분에서 벗어나 정식선수가 돼야 한다. "올 시즌 안으로 정식선수가 돼 1군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는 정경운은 "아내와 딸을 위해 야구장에서 미친 듯이,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서 1군에 꼭 가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