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 하면 '실책 유발자'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다린 러프(삼성)는 평범한 내야 땅볼을 쳐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마치 양준혁 MBC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재능은 한계가 있기에 항상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러프의 말이다.
내야수는 누상에 발 빠른 주자가 있거나 타자가 빠를 경우 긴장을 하게 된다. 의식을 안 하려 하지만 막상 공을 잡고 난 뒤 다음 동작에서 이미 생각보다 멀리 와 있는 상대를 보고 성급해진다. 악송구나 타구를 더듬는 등의 실수가 나오는 것이다. 간혹 러프처럼 발이 빠르지 않더라도 전력을 다해 뛰면서 상대의 실책을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다.
러프는 이틀 연속 상대의 실책을 이끌어내며 득점에 이바지했다.
삼성은 16일 문학 SK전서 8-2로 이겼다. 1회 4점을 뽑아낸 게 컸다. 선두 타자로 나선 러프는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에 그쳤다. 그러나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 사이 SK 유격수 박승욱의 1루 송구는 높았고 1루수 박정권이 잡지 못했다. 러프의 전력 질주가 선두 타자 출루를 이끌어냈다.
이후 이승엽과 김헌곤이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를 잡았고 조동찬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계속된 무사 2,3루서 이원석이 우중간 2루타를 때려 김헌곤까지 홈으로 불러 들였다. 1-0으로 불안하게 앞서가던 삼성이 4점차 리드를 갖고 가게 됐다.
러프는 17일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또 한 번 상대 실책을 이끌어냈다. 2회와 3회 삼진 아웃 그리고 5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러프는 8회 선두 타자로 나섰다. SK 3루수 제이미 로맥의 실수 때 출루에 성공했다. 이번 역시 평범한 땅볼 타구였으나 전력 질주가 만들어낸 성과였다. 이후 이승엽의 우중간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삼성은 무사 1,3루 기회를 잡았고 SK 3루수 제이미 로맥의 실책 때 1점 더 얻었다.
삼성은 SK를 5-2로 꺾고 시즌 첫 연승 및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 가운데 러프의 전력 질주 또한 한 몫 했다. 러프가 야구 선수로서 가져야 할 기본 자세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