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는 초년병들의 발목을 잡는다. 영화계에는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활약에 대한 부담감부터 일종의 방심까지. 다양한 이유로 두 번째 시즌 부진하는 경우가 잦다.
2년차 선수들을 '상수'로 두고 시즌 계획을 짜는 팀들로서는 이들이 '변수'로 바뀌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올 시즌 팀당 40경기 가량 치른 상황에서 징크스에 도전 중인 2년차 선수들의 결과를 살펴봤다.
▲ 신인왕 TOP3의 엇갈린 상황
지난해 가장 빛났던 신인부터 살펴보자. 넥센이 배출한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은 2년차 징크스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8경기 등판해 53.1이닝을 소화하며 4승3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 중이다.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하며 1패, 평균자책점 7.27을 기록해 부진에 대한 우려를 받았으나 개막과 동시에 이를 지워냈다.
kt의 토종 에이스 주권은 지난 시즌 134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극초반만 해도 혹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듯했다. 올 시즌 시작을 선발로 시작한 주권은 세 경기서 9.1이닝 평균자책점 15.43으로 뭇매를 맞았다. 결국 김진욱 kt 감독은 그를 불펜으로 돌렸지만 부진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1군 말소. 이후 밸런스를 찾은 그는 5월 두 차례 선발등판해 9.1이닝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김진욱 감독은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며 그를 칭찬했다.
반면, 신재영과 주권에 이어 지난해 신인왕 3위였던 박주현은 아쉬운 상황. 박주현은 지난해 넥센 선발진의 신데렐라였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향할수록 조금씩 불펜등판이 잦아졌다. 올 시즌은 시작부터 불펜이었다. 그러나 그는 2경기 등판해 2.1이닝 9실점, 평균자책점 34.71을 기록했다. 결국 그는 시즌 초인 지난달 7일 1군에서 말소됐다. 퓨처스리그에서 네 경기 등판했지만 1승1패, 평균자책점 6.19로 역시 썩 좋지 않다.
▲ 어제보다 나은 오늘
LG의 셋업맨 김지용은 2년차를 맞아 더욱 단단해졌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18.1이닝을 소화하며 1승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0.98로 순항 중이다. LG는 '클로저'로 낙점했던 임정우가 아직 개시도 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김지용의 존재감은 더욱 필수적이다. 홀드만 챙기던 예전과 달리 조금씩 세이브 상황에서도 등판하고 있다.
'힐만의 남자'라고 불리며 트레이 힐만 SK 신임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김동엽도 눈에 띈다. 김동엽은 올 시즌 36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1리, 8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4월에만 6홈런 2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후 조금은 주춤한 상황이지만 감독의 믿음은 여전하다.
2009년 데뷔했지만 '풀타임 2년차'인 하주석 역시 환골탈태다. 하주석은 올 시즌 3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 4홈런, 18타점을 기록 중이다. '일발장타가 있는 유격수' 정도로 여겨졌지만 수비 안정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비에 엄격한 김성근 한화 감독조차 "하주석이 야구에 눈을 뜬 것 같다"고 치켜세울 정도다.
▲ 울고 웃는 2년차 곰
지난해 우승 팀 두산은 갖고 있던 모든 IF가 한 번에 터진 시즌이었다. 상상했던 모든 부분이 긍정적인 현실로 뒤바뀌었다. 바꿔 말하면 올 시즌 가장 많은 IF를 안은 팀이었다. 그래서인지 희비도 엇갈린다.
2016시즌 37홈런-124타점을 기록했던 김재환은 여전히 굳건하다. 김재환은 올 시즌 38경기에 나서 타율 3할3리, 6홈런, 73타점을 기록 중이다. 4월에는 타율 3할6푼3리, 5홈런으로 펄펄날았지만 5월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주박' 박건우는 시즌 초부터 홍역을 치렀다. 지난 봄,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까지 경험하며 야구에 눈을 떴다던 박건우였다. 그러나 그는 4월까지 16경기서 타율 1할8푼, 1타점으로 침묵했다. 두산의 외야진 '상수'였던 그가 흔들리자 두산도 휘청였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1군 말소 후 감을 찾았다. 박건우는 5월 12경기에 나서 타율 3할8푼3리, 2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반면, 오재일은 살아날 기미가 없다. 2005년 현대에서 데뷔한 오재일은 지난해 105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6리, 27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1루수로 도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30경기에서 타율 1할8푼1리, 1홈런, 12타점에 그치고 있다. 역시 박건우와 마찬가지로 한 차례 1군 제외를 맛봤으나 복귀 후인 5월 다섯 경기서 타율 1할6푼7리로 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