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한 물 갔다고 했나.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KBO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한 30~40대 베테랑 투수들이 부활을 합창 중이다. 한화 배영수(36), 롯데 송승준(37), KIA 임창용(41)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가장 극적인 부활은 배영수다. 지난 2015년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좀처럼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통증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구속도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1군 경기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프로 초년생들이 참가하는 일본 교육리그까지 갔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시즌 7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96. 팀 내 최다승으로 선발진의 중심을 이뤘다. 직구 구속은 평균 137km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코너워크와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17일 고척 넥센전에는 한화 이적 후 최다 117구를 던지며 7이닝을 책임졌다.
송승준이 부활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해 송승준은 10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8.71로 2007년 KBO리그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FA 계약 첫 시즌에 찾아온 부진이라 팬들의 질타가 거셌다. 시즌 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올해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시즌 시작도 불펜이었다. 4월 첫 7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왔지만, 지난달 25일 사직 한화전 임시 선발로 첫 승을 거두더니 17일 사직 kt전까지 4전 전승이다. 시즌 성적은 11경기 4승1홀드 평균자책점 2.92. WHIP 0.92, 피안타율 2할1푼2리로 세부 내용이 더 좋다. 이젠 붙박이 선발로 박세웅과 롯데 원투펀치로 자리 잡았다.
임창용의 반전 드라마도 놀랍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팀 KIA로 돌아온 지난해 15세이브를 올렸지만 6개의 블론과 평균자책점 4.37에서 나타나듯 하락세가 분명했다. 올해도 시즌 첫 4경기에서는 블론 2개에 평균자책점 9.00으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거센 비판 여론에 마무리 자리도 잠시 내려 놓아야 했다.
그런데 임창용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지난달 13일 잠실 두산전을 시작으로 16일 광주 KIA전까지 12경기에 3승3세이브2홀드를 거두며 무실점 행진이다. 12이닝 동안 안타 6개와 볼넷 5개를 허용했을 뿐 무려 16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KIA 철벽 수호신으로 완벽 부활이다.
화려하게 돌아온 올드보이들의 기록 시계도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영수는 통산 132승으로 이 부문 5위 김원형(134승)에 2승차로 따라붙었다. 통산 97승을 거둔 송승준은 최동원(96승)을 넘어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승 3위로 올라서며 100승에도 3승만 남겨놓았다. 임창용은 통산 251세이브로 오승환의 역대 최다 277세이브에 도전한다. /waw@osen.co.kr
[사진] 배영수-송승준-임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