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출장 無' 대타 자원 김상호가 지닌 가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5.18 06: 04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상호는 절망 속에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 데뷔 후 최다인 114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366타수 106안타) 7홈런 56타점으로 활약하며 롯데의 차세대 1루수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올 시즌에 대한 구단의 기대, 그리고 본인의 욕심도 컸다. 그러나 이대호가 팀에 다시 합류하면서 김상호의 출장 기회는 원천봉쇄되는 듯 했다. 실제로 올 시즌 김상호의 선발 출장 기회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대호가 합류한 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상호는 "사실 올해 주전으로 나서기 위해 준비하고 계획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대호 선배의 합류로 계획들이 틀어졌다. 다시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혼란스러웠던 순간을 전했다.

사실 김상호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자신있는 자리는 1루였다. 이는 이대호의 합류로 이는 사실상 무산됐다. 아울러 지명타자 자리에 최준석이 버티고 있기에 김상호가 선발 출장 기회를 잡는 것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을 비롯한 구단은 김상호의 방망이 재능을 살리기 위해 스프링캠프 동안 무주공산이 된 3루수로의 전환, 그리고 외야수 훈련까지 시켰다. 김상호 스스로도 다소 부족한 부분이었던 장타력 증강을 위해 벌크업에 신경썼고, 다른 포지션에서의 수비 훈련도 의욕적으로 임했다. 
결국 다른 포지션에서 수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즌을 맞이했다. 결국 김상호의 자리는 대타 자원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상호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내비치고 있다. 김상호가 출전하는 상황은 대부분 경기 후반, 경기가 기울었거나 혹은 대타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었다. 이대호의 대주자, 대수비로 경기에 나섰다. 사실 승부처 상황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김상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서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선발 출장 없이 19경기 등장해 타율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2타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자 김상호는 지난 17일 사직 kt전, 경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김상호는 2-2로 동점을 만든 5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들어섰다. 올 시즌 대타로 들어선 상황 가운데 가장 긴박했다.
kt가 선발이었던 우완 주권을 내리고 좌완 홍성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자 롯데 벤치도 이에 응수하고자 우타 벤치 자원 가운데 타격감이 괜찮았던 김상호를 대타로 내보냈다. 김상호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기회였다.
그리고 김상호는 올 시즌 나선 가장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냈다. 김상호는 바뀐 투수 홍성용의 초구 133km 빠른공을 망설이지 않고 통타해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 2루타로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롯데는 3-2로 리드를 잡았다. 김상호의 대타 2루타가 결국 이날 경기를 롯데 쪽으로 가져오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김상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대주자 이우민으로 교체됐지만 롯데는 주도권을 쥐면서 타선이 폭발했고, 결국 9-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결승타의 주인공은 김상호였다.
이날 김상호의 결정적인 적시타는 김상호 본인은 물론, 롯데 입장에서 귀중한 것이었다. 
롯데는 주전급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얇은 선수층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벤치 자원 가운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 올 시즌 대타 타율 1할2푼8리(55타석 47타수 6안타)로 전체 9위에 머물러 있다. 2016년 2할5푼1리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할8푼2리로 전체 최하위에 머문 바 있다. 결국 최근 경기 후반 교체로 나서며 이따금씩 안타를 때려내고 17일 경기와 같이 결승타를 기록한 김상호의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주전급들의 꾸준한 활약은 당연히 전제가 되어야 하지만 필요한 순간 활로를 뚫어줘야 하는 대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김상호와 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팀에는 필요하다. 그래야만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강팀으로 변할 수 있다.
17일 경기가 끝나고도 조원우 감독은 선발로 역투를 펼친 송승준과 추격의 솔로포와 결정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준 김동한에 더해 "적은 기회 속에서도 대타로서 경기 흐름을 가져온 김상호의 활약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며 공로를 잊지 않았다.
이대호와 최준석의 체력 관리를 위해서 언젠가는 김상호가 더욱 중용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대타로 나서서도 감각을 유지하는 김상호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선발 출장은 한 차례도 없지만 김상호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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