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삼성의 간절함? ‘로맥 터널’ 뚫고 첫 연승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17 21: 51

KBO 역사상 해태-KIA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와 함께 최고의 명문팀으로 손꼽히는 삼성은 연승을 밥 먹듯이 하는 팀이었다. 항상 상위권을 지켰다. 그러나 올해는 최악의 성적 속에 연승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세 3연전(위닝시리즈)조차 없었다.
38경기에서 8승을 거두는 초라한 성적 속에 연승은 없고 연패는 길어지니 승률이 팍팍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삼성은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최근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는 삼성은 16일 SK전에서 투·타 조화 속에 8-2로 이겼다. 이날 승리한다면 올 시즌 첫 연승 및 위닝시리즈였다.
그러나 연승으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마치 올해의 삼성의 험난한 시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전날 윤성환에 이어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 중 하나인 재크 페트릭이 마운드에 올라 SK의 장타력을 억제했으나 타선이 쉬이 터지지 않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연승 한 번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드나”는 푸념이 절로 나올 법했다.

0-1로 뒤진 3회 1사 만루 기회에서 구자욱의 1루수 땅볼, 러프의 삼진으로 기회가 무산됐을 때부터 조짐은 “쉽지 않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4회 이승엽의 2루타와 백상원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추가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먼저 터지면 경기가 그대로 끝날 법한, 살얼음판 승부였다. 그럼에도 페트릭의 호투 덕에 겨우 버틴 삼성은 7회 연승을 기대하게 할 만한 점수를 뽑았다.
삼성은 7회 SK 세 번째 투수 김주한을 상대로 선두 이원석이 볼넷을 얻으면서 조용히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지영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여기서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박해민의 결정적인 적시타가 터졌다. 박해민의 타구는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던 SK 외야수들의 키를 넘어 좌중간을 갈랐다.
하지만 1사 3루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해 도망가지 못한 게 힘든 경기가 이어진 원인이었다. 결국 페트릭이 7회 선두 이홍구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한계투구수에 이른 상황에서 커브가 한가운데 힘없이 떨어졌고, 장타력이 있는 이홍구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이승엽이라는 해결사가 있었다. 그리고 SK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의 실책이 두 개나 겹쳤다. 8회 반격에서 선두 러프가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하자 이승엽이 김주한을 두들겨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경기의 흐름을 잇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무사 1,3루에서는 김헌곤의 3루수 땅볼 때 또 로맥이 공을 놓쳤다.
타구 속도로 봤을 때 로맥이 제대로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다면 3루 주자 배영섭은 살 도리가 없었다. 최고의 좋은 시나리오도 1사 2,3루였고 SK의 수비가 기민하게 이뤄졌다면 이마저도 안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로맥의 실책은 이날 경기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마치 삼성의 간절함이 두 차례나 로맥의 헛글러브질을 유도한 모양새가 됐다.
물론 마지막까지 진땀나는 승부는 이어졌다. 3-2, 무사 1,2루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SK는 언제든지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선수들이 있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삼성은 7회 마운드에 오른 심창민에 이어 8회 장필준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SK의 추격을 잠재웠다. 박해민은 호수비로 마운드를 도왔고 9회 김상수는 투런포로 5-2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SK는 삼성에게 시즌 첫 연승을 허용한 팀이 됐고, 삼성은 드디어 연승의 벽을 뚫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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