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노력’ 김태훈, 첫 승을 향해 달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17 13: 52

SK 좌완 김태훈(27)은 2009년 SK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지명 순서에서 보듯 팀의 큰 기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입단 9년차가 됐지만, 아직 1군 무대에서는 승리가 없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왼손으로서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지는 장점이 있었지만 항상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무너졌다. 1군 통산 4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4.86의 성적에 머문 결정적인 이유다. 상무를 거쳐 군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후 3년도 1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1군과 2군에 걸쳐 있는 경계의 선수였다.
그런 김태훈은 최근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그대로지만 내면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강화SK퓨처스파크 입소를 자원했다. 연차가 있는 김태훈은 ‘자동 입소’ 대상자가 아니지만,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었다. 구단에서 놀랐을 정도다. 지난해 가을에는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가기도 했다. ‘초심’이라는 단어가 김태훈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름대로의 절박함이었다. 이는 체중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김태훈은 잘 찌는 체질이다. 체중 관리가 힘든 체형이다. 그러다보니 한창 좋을 때보다 체중이 더 나가고 있었다. 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독하게 달려들었다. 김태훈은 “2주 사이에 6㎏을 뺐다”고 설명했다. 먹성이 좋은 선수지만 평소에는 잘 쳐다보지 않았던 씨리얼, 두부, 과일 등으로 하루 식단을 짰다. 유산소 운동은 기본이었다.
교육리그에서 배운 체인지업까지 연마한 김태훈은 그런 노력이 최근 들어 빛을 보고 있다. 스캇 다이아몬드의 이탈로 임시 선발 자격을 부여받은 김태훈은 2경기에서 괜찮은 투구를 선보였다. 모두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합계 8⅓이닝에서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버텼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태훈에게 “몇 차례 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이아몬드가 돌아올 때까지는 자신의 프로 첫 승에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태훈은 시범경기 당시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다. 아직은 새로운 밸런스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상황에서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힘이 들어갔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김태훈을 잘 아는 김경태 제춘모 투수코치가 김태훈에 매달렸다. 밸런스를 찾았고, 체중 감량으로 스피드와 순발력이 좋아지면서 투구시 몸의 회전력도 나아졌다. 가을과 겨울 착실히 준비해왔던 자신의 공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승리는 없지만 재미를 느꼈다고 말하는 김태훈이다. 김태훈은 코칭스태프의 믿음 속에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체인지업 등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에도 재미를 느꼈다. 김태훈은 전형적인 빠른 공-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에 투심패스트볼을 섞는 타입이다. 그러나 제구 문제 탓에 변화구를 결정구로 쓰지 못했는데 최근 합류 후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
첫 승까지는 아직 과제가 많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투구 내용을 이어가면서 5이닝을 채워야 한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태훈의 스태미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아직은 투구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태훈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지난 두 번의 등판보다는 더 많은 이닝을 맡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태훈도 “긴 이닝을 소화하면 회복이 다소 느린 편이라 다음 경기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도록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언제나 표정은 밝았던 김태훈이지만 요즘에는 더 좋아졌다. 김태훈은 그 이유에 대해 “가능성과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데뷔 9년차에 찾은 첫 즐거움이다. 그래도 아직은 젊은 김태훈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그 성장과 절박함의 끝에 데뷔 첫 승이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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