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35·한화)의 신기록 달성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아시아 신기록은 아니다.
한화는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4차전에서 1-2로 패했다. 한화는 올 시즌 넥센전 4연패를 당했다.
대기록이 나왔다. 넥센 선발 최원태는 4회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다. 침묵을 깬 선수는 김태균이었다. 5회 두 번째 타석에 선 김태균은 최원태를 상대로 깨끗한 팀 첫 안타를 뽑았다. 이 안타로 김태균은 70경기 연속 출루하며 스즈키 이치로(69경기)의 기록을 돌파, 한일프로야구 연속경기 출루 신기록을 작성했다.
당초 김태균의 기록이 70경기를 넘어서면 아시아 신기록이 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KBO에서 뒤늦게 대만프로야구 린즈성이 지난해 109경기 연속 출루한 사실이 있다고 알려왔다. 이는 메이저리그 기록인 테드 윌리엄스의 84경기(1949년 달성) 출루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야구계에서 ‘한국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대만리그의 기록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로 김태균이 기록을 달성한 공에는 ‘아시아신기록’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4개 팀으로 운영되는 대만리그는 KBO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록달성이 쉬운 부분이 분명 있다. 린즈성 역시 기록달성 시 타율이 4할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리그의 수준에 상관없이 기록은 기록이다. 여러 리그에서 뛰었던 타자들은 비슷한 비교대상이 된 경험이 있다. 이승엽은 KBO 리그에서 활약한 15시즌 동안 통산 448개의 홈런을 쳤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활약했던 8시즌 동안 친 통산 159개의 홈런을 더하면 한일통산 홈런 607개다. 일본은 오 사다하루(868개), 노무라 가쓰야(657개)야 2명만이 600홈런을 넘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한일합산기록으로 600홈런을 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야구계나 언론 역시 ‘김태균이 이치로를 넘었다’는 식의 한국의 언론 보도에 불쾌할 것이 뻔하다. 재밌는 것은 일본 언론 역시 ‘이치로가 미일 합산 피트 로즈의 4256 안타를 넘었다’는 식으로 보도하며 의미를 부여해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스포츠닛칸 등 일본 언론은 “이치로가 공식적으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미일 통산기록으로 로즈를 넘었다”고 앞 다투어 보도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심지어 집요하게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로즈에게 소감을 물어 “불쾌하다”는 반응을 얻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서 ‘로즈가 질투를 해서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해설기사까지 등장했다. 어떻게든 자국 선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화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각국 스포츠 언론의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역시 이치로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3천 안타를 친 대선수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치로가 일본프로야구에서 친 1278개의 안타를 더해 피트 로즈의 4256안타를 깼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KBO리그 역시 일본프로야구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태균의 기록이 이치로를 넘었다고 논하며 대만리그의 기록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준이 다른 각국 리그의 기록을 서로 직접 비교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록달성 여부를 떠나 김태균이 대단한 타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