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7일 현재 아직도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양현종(KIA)과 제프 맨쉽(NC)이 홀로 7승을 거두는 동안, 38경기에서 8승28패1무(.222)에 머물고 있다. 왕조의 초라한 몰락에 팬들의 질타도 컸다.
그런 삼성이 점차 살아나는 경기력에 위안을 삼고 있다. 5위권과의 승차가 무려 10경기로 벌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당장 순위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대반격’의 초석을 조금씩 다지는 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분전은 KBO 리그의 전체적인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또한 관심이 모인다.
삼성은 1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모처럼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경기였다. 선발 윤성환이 7이닝 2실점으로 승리의 든든한 다리를 놨고, 불펜은 실점하지 않고 분위기를 다음 날로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타선은 10안타 8득점의 비교적 짜임새 있는 경기를 선보였다. 도망갈 때 도망가는 힘도 있었다.
최근 팀 성적 부진에 말을 아끼는 김한수 삼성 감독 또한 팀 경기력에 대해 긍정을 이야기한다. 김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그나마 지난 주말 넥센과의 3연전에서 팀 경기력이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비록 위닝시리즈를 내주기는 했지만 넥센과의 3연전에서 삼성은 적어도 허무하게 패하지는 않았다.
아직 시즌이 100경기 이상 남아있다는 점에서 포기는 이르다. 팬들에 대한 예의는 더더욱 아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팀 리빌딩의 가시적인 성과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삼성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점에서 반등은 기대할 수 있다. 악재는 도사리지만, 호재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는 좌완 백정현의 호투가 활력소다. 선발로 들어온 이후 호투를 펼치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여기에 당초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레나도 또한 복귀를 준비 중이다. 윤성환과 페트릭이 분전하던 선발진에 백정현이 가세했고, 레나도가 들어온 이후 우규민까지 살아난다면 선발진은 해볼 만한 상황이 된다.
타선에서는 러프의 상승세가 반갑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1할5푼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러프는 2군행 이후 방망이가 살아났다. 5월에는 44타수에서 타율 3할6푼4리, 3홈런, 7타점의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4월 삼진 21개, 볼넷 9개였던 것이 5월에는 볼넷 7개, 삼진 6개로 뒤집어졌다. 부상 및 부진에 고전했던 김상수 박한이도 차례로 돌아왔다. 들쭉날쭉한 구자욱과 FA 영입생인 이원석까지 살아난다면 타선 또한 완전체를 기대할 수 있다.
불펜에 물음표가 많기는 하지만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평가다. 베테랑 장원삼이 부상을 털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 해설위원은 “예전보다 전력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이 성적에 머물 팀은 아니다. 5월에 상승세를 만든다면 쭉 올라갈 수도 있는 팀”이라면서 “지난해 한화도 시즌 초반 10위에 처졌지만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삼성의 성적에 따라 리그 판도도 많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이 뒤늦은 출발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