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겠다"는 김기태식 정공법, 타선은 응답할까?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05.17 06: 00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KIA 타선이 슬럼프에 빠져 매일 타순 조합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개막 이후 뜨거웠던 타선의 응집력이 사라지면서 매 경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최적의 타순을 고민하지만 본질적으로 베테랑들의 반등 없이는 헛심만 쓸 뿐이다. 
지난주 2승4패를 거둔 이면에는 주전들의 슬럼프가 도사리고 있다. 김주찬은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져 타율 1할대(.165)에 머물고 있다. 이범호도 허벅지 부상의 여파인지 작년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펄펄 날던 이적생 이명기도 주춤하고 안치홍도 한때 내리막을 걸었다. 외국인 1번 타자 버나디나도 존재감이 낮았다. 

특히 버나디나, 김주찬과 이범호의 부진은 타선 전체에 커다란 시름을 안겼다. 감독의 처지에서 주전들이 부진하면 한숨만 나올수 밖에 없다. 맨 앞에서 타선을 끌어주어야 할 주전 선수들이 경기의 흐름을 끊었다. 대책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선발 라인업에서 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팀의 리더들을 2군으로 보내지 않는다. 
지난 주말 SK와의 인천 3연전에서 버나디나, 김주찬, 이범호를 번갈아 선발에서 제외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김 감독은 생각 끝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16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지금부터는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놓고 이리저리 재고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LG와의 경기 라인업에서 김감독의 마음이 드러났다.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버나니나, 김주찬, 이범호를 선발 라인업에 집어넣었다.  "개막전을 생각했다. 못한다고 선발 명단에서 빼면 얼굴에서 표정이 드러난다. 이들이 반드시 해주어야 할 선수들이다. 좀 지켜봐 주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종의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김주찬이나 이범호, 버나디나는 죽을 맛일 수밖에 없다. 특히 버나디나는 외국인 타자이니 더욱 위축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출전이 들쑥날쑥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 꾸준히 기용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낫다고 결론을 지었다. 반드시 터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들을 모두 기용했다. 
첫 날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김주찬은 3번 타자로 나서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을 뿐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1번 버나디나는 멀티 안타를 날렸고 7번으로 나선 이범호는 6회 회심의 동점 솔로홈런에 이어 연장 11회 말 무사 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날려 응답했다. 여전히 김주찬의 응답이 남아있지만 때로는 돌아가지 않는 정공법이 나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한 날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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