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다 69G 연속 출루 행진, 김태균
"기록 욕심 NO, 프로는 실력과 팀 성적"
"기록? 자존심? 프로는 실력이다".
한화 김태균(35)은 지난해 8월7일 대전 NC전에서 14일 잠실 LG전까지 무려 69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를 넘어 일본프로야구 스즈키 이치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매경기 일상처럼 1루를 밟는 김태균이지만, 최근 들어 흔치 않은 경험이 두 번 있었다. 그의 각오를 새롭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
▲ 부상과 동전 배팅장 훈련
김태균은 지난달 23일 수원 kt전에서 내야 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다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이 손상됐다. 이 때문에 보름 넘게 쉬었다. 지난해 144경기 모두 선발출장한 김태균이 부상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 2013년 8월26일~9월23일 옆구리 염좌 이후로 4년 만이었다. 시즌 중 1군을 떠나 일본으로 간 것도 처음이었다.
김태균은 이달 초 열흘간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치료원에서 전기 치료를 받으며 빠른 회복에 전념했다. 얼마나 야구가 간절했으면 동네에 동전을 넣고 치는 배팅 연습장에서 훈련을 할 정도였다. 프로선수가 동네 연습장에서 타격훈련하는 것이 창피할 수 있지만 자존심 따위는 다 버렸다. 후배 이성열과 함께 배팅 연습장에서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다. 야구가 새삼 간절하게 느껴졌다.
김태균은 "동전 배팅장에 몇 번 갔다. 이전에는 그런 곳에 간 적이 없었다. 치료원은 일반 병원이라 배팅을 칠 만한 곳이 없어 가게 됐다. (타격 훈련을 못해) 내가 죽게 생겼는데 창피한 건 없었다. 타격감을 찾으려고 했다기보다는 재활 중에도 방망이는 계속 휘둘러야 몸이 굳지 않는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했다"고 되돌아봤다.
한화는 김태균이 부상으로 빠진 13경기에서 5승8패로 주춤했다. 그는 "개인적인 기록보다 중요한 팀 성적뿐이다. 부상으로 빠져 팀에 미안했다. 복귀를 서둘렀다. 일본에서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치료를 받고, 점심 때는 웨이트를 하며 동전 배팅을 쳤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움직여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감독님께도 전화해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 앞 타자 고의4구, 정신 번쩍
간절함을 갖고 돌아온 김태균은 복귀 후에도 4경기 연속으로 출루하며 팀의 시즌 첫 3연승을 이끌었다. 여기서 또 한 번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 12일 잠실 LG전, 5-3으로 리드한 9회 2사 2루에서 LG가 윌린 로사리오를 고의4구로 거른 뒤 김태균과 승부를 택한 것이다. 김태균은 윤지웅에게 루킹 삼진을 당하며 맥 없이 돌아섰다. 김태균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앞 타자 고의4구에 대해 김태균은 "이전에 언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출루 기록보다 이게 더 신경 쓰인 게 사실이다.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싶어 정신을 차리게 됐다"며 "자존심 같은 것은 없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프로는 실력'이란 것을 느끼게 됐다. 내가 못했으니 그렇게 된 것이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자극받은 김태균은 이튿날 연타석 홈런으로 응징했다.
어느새 69경기 연속 출루로 기록을 늘린 김태균이지만 개인적으론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기록 때문에 매 경기 꼭 출루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개인 기록은 포기다. 평소 내 타격관 그대로 할 뿐이다. 어느 타자든 매 타석 출루, 안타, 홈런을 생각하지 않나"며 "기록보다 중요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팀밖에 없다. 올해는 5강에 가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한화는 지난 2008년부터 9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다. 김태균은 "기록이 좋아도 팀 성적이 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말이 아니다. 그는 "기록은 나 하나 좋은 것으로 그만이지만 팀 성적이 좋으면 우리 한화 야구단과 그룹, 그리고 모든 팬들까지 기뻐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반문했다. 김태균에게 기록과 자존심보다 실력과 팀 성적이 우선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