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은 요즘 '나 홀로 더블헤더' 중이다. 오후·저녁으로 치르는 1군 경기에 앞서 매일 아침 2군 퓨처스리그 경기를 빠짐 없이 챙겨 본다. 특정 선수의 짧은 영상이 아니라 경기 전체를 담은 비디오로 2군 선수들을 전부 체크한다.
김 감독은 "매일 아침 2군 경기를 비디오로 본다. 2군 선수들은 기록만으로 알 수 없다. 직접 뛰는 모습을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며 기록과 보고서뿐만 아니라 직접 몇 시간씩 2군 영상을 보고 있다. 지난 10일 2군에서 올라온 사이드암 김재영, 좌완 김범수가 그런 케이스였다.
2군에서 6경기 4승무패 평균자책점 1.06으로 위력을 떨친 김재영은 1군 첫 등판이었던 10일 대전 롯데전에서 구원으로 이대호-최준석을 연속 범타 처리하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13일 잠실 LG전은 선발로 등판, 6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한화 마운드의 잠수함 갈증을 해소했다. 김 감독은 "3경기를 봤는데 제구가 왔다갔다 하지 않아 올렸다. 사이드암에 약한 타자들에 맞춰 올렸는데 성공했다"고 만족했다.
김범수도 같은 날 LG전에서 9회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10-0으로 크게 앞선 여유 있는 상황이었지만, 삼진 1개, 내야 땅볼 2개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 감독은 "2군 영상에서 힘을 빼고 던지더라. 박정진 대신 테스트하기 위해 올렸는데 괜찮았다"고 흡족해했다.
김 감독의 시선은 또 다른 2군 투수들을 향해 있다. 김 감독은 "2군 투수 2명을 보고 있다. 당장 1군에 올리진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2명의 투수는 박상원(23)과 강승현(32). 두 투수 모두 우완 정통파로 140km대 중반 빠른 공을 던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휘문고-연세대 출신으로 2017년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입단한 189cm 장신 우완 박상원은 2군 8경기에서 3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롯데에서 방출돼 한화로 이적한 강승현도 2군 11경기에서 1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5.48의 성적을 내고 있다. 둘 다 선발이 아닌 불펜.
김 감독은 "둘 다 좋은 공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 불펜에 145km 이상 던지는 투수가 없는데 둘은 146~147km 이상 나온다"며 "2군에선 스피드만 있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1군은 다르다. 컨트롤이 되어야 한다. 폼을 조금 고치면 괜찮아질 것이다"고 두 선수를 향후 예비 전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김재영·윤규진이 선발로 들어가며 중간이 다소 헐거워졌다. 최다 등판 중인 송창식도 최근에는 힘이 떨어졌다. 기나긴 레이스를 버티기 위해선 투수 쪽에서 예비 전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박상원·강승현뿐만 아니라 어느 선수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하루도 2군에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김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