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타고투저에서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10개 구단에서 3할 타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일 줄은 누구도 몰랐다.
지난 14일까지 KBO리그 3할 타자는 모두 23명. 그 중에 외국인 타자는 한 명도 없다. 두산 닉 에반스가 2할9푼1리로 30위에 랭크된 것이 최고. 이어 윌린 로사리오(한화·.291), 루이스 히메네스(LG·.289), 재비어 스크럭스(NC·.271), 앤디 번즈(롯데·.244), 로저 버나디나(KIA·.245), 다린 러프(삼성·.230) 순이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대니 돈(넥센·.107), 조니 모넬(kt·.175)은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SK는 어깨 염증으로 수비가 불가능한 대니 워스를 퇴출하며 제이미 로맥을 영입했다. 워스도 퇴출 전까지 9타수 1안타 타율 1할1푼1리에 그쳤다.
지난 2014년부터 외국인 타자들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이렇게 무기력한 적은 없었다. 2014년 에릭 테임즈(NC·.343), 펠릭스 피에(한화·.326), 호르헤 칸투(두산·.309), 야마이코 나바로(삼성·.308), 2015년 테임즈(.381), 앤디 마르테(kt·.348), 브렛 필(KIA·.325), 짐 아두치(롯데·.314) 등 4명씩 3할 타자가 배출됐다.
지난해에도 로사리오(.321) 테임즈(.321) 필(.313) 루이스 히메네스(.308) 에반스(.308) 등 5명이 3할 타자로 활약했다. 그런데 지난해 3할을 쳤던 로사리오·히메네스·에반스도 올해는 2할9푼 언저리로 내려왔다. 신입 외국인 타자들은 하나같이 1할대부터 2할대 초중반으로 저조했다.
외국인 타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는 스트라이크존 적응이다. A타자는 "스트라이크존에 넓어지면서 모든 타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바깥쪽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들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B타자는 "바깥쪽이 미국보다도 넓어 대처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올 시즌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가 루킹 삼진의 증가. 그 중 외국인 타자들의 루킹 삼진은 지난해 22.2%에서 올해 33.2%로 10% 이상 늘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좌우존이 넓은 편으로 알려져있는데 외국인 타자들도 적응하지 못할 만큼 더 넓어진 모양새. 바깥쪽에 신경 쓰다 몸쪽 공에 허를 찔리는 케이스도 많아졌다.
스트라이크존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심판마다 고유의 존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타자들 역시 이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일관성이 흐트러진다면 적응에는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성적에 대한 압박, 상대팀들의 견제로 어려움이 큰 외국인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과도 씨름을 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로사리오-히메네스-에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