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느린 건 장염 때문이다. 걱정 말라."
LG 마운드의 새로운 희망 임찬규(25)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LG는 임찬규의 활약을 앞세워 한화를 4-1로 누르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임찬규의 시즌 3승.
당초 임찬규는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우천 연기되며 기회를 잃었다. LG 벤치는 우천 다음 날 임찬규를 내는 대신 원래 계획된 선발투수를 그대로 냈다. 때문에 지난 3일 NC전에 이어 11일만의 선발등판에도 호투를 펼친 것이다.
경기 후 만난 임찬규는 "등판 밀린 건 전혀 신경 안 쓴다. 지금 내 위치는 이것저것 따질 수 없다. 내 보직이나 등판 일정은 모두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정하시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양상문 LG 감독은 9일 경기가 연기된 후 임찬규에게 사과를 전했다. 양 감독은 "(임)찬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으니 받아들여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임찬규는 양 감독의 사과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솔직히 감독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는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양 감독의 사과는 임찬규에게 자극이 됐다. 임찬규는 양상문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 등판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연패에 몰린 상황. 그러나 LG 벤치는 임찬규에게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았다. 임찬규는 "감독님과 코치님은 2연패 중인 상황에서도 '연패를 끊어달라'고 주문하지 않으셨다. 어깨 무거운 건 전혀 없었다. 그저 내 할 일만 제대로 하자는 생각 뿐이었다"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 임찬규의 속구 최고 구속은 143km. 가장 느렸던 속구는 135km에 머물렀다. 평소보다 2~3km 가량 느렸다. 이에 대해 임찬규는 걱정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구속이 떨어진 건 장염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밝혔다. 임찬규는 "사실 12일 밤부터 장염 증세가 있었다. 전날(13일)도 엄청 고생했는데 아직까지 증상이 조금 남아 있다. 등판 앞두고 식사도 거르고 죽만 먹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힘이 빠져 제구가 잘 됐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평소 쾌활한 목소리에 유머를 섞어 대답하던 그가 차분했던 이유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임찬규의 평균자책점은 1.30. 25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좋았다. 이날 6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1.34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외 평균자책점' 1위는 그의 자리다. 임찬규는 "평균자책점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승리투수가 되는 것보다는 자책점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닝 소화다"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팀에 대한 믿음. 그는 "우리 팀은 강하다. 선발투수가 버티면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최대한 이닝을 많이 챙기고 싶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