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최영필-정민철-류현진-송진우가 마지막
비야누에바 합류에 '영건' 이태양, 김재영 도약
3260일 동안 묵은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한화가 웃을 수 있는 건 두터워진 선발진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롯데전부터 13일 잠실 LG전까지 3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첫 3연승. 연승의 공신은 마운드였다. 한화는 11일 경기 등판한 알렉시 오간도를 필두로 12일 선발등판한 이태양, 13일 선발투수 김재영이 모두 승투가 됐다. 선발 3연승이었다. 지난해 8월 26일 대전 NC전부터 28일 문학 SK전에 윤규진-장민재-파비오 카스티요가 선발등판, 나란히 승리를 챙긴 이후 첫 선발 3연승이었다.
앞선 두 경기를 모두 챙기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한화는 14일 잠실 LG전서 내친 김에 시즌 첫 '싹쓸이 승리'를 노릴 기세였다. 하지만 김성근 한화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전날(13일) 경기서 타선이 10점을 뽑았다. 이날은 식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상대 투수 임찬규의 올 시즌 투구가 좋아 득점이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경기는 김성근 감독의 예감대로 한화의 1-4패로 끝났다. 선발투수 윤규진이 4회까지 무실점 투구했지만 5회 2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며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첫 4연승은 물론 선발 4연승 역시 날아간 것이다.
한화의 마지막 4연승은 지난해였다. 한화는 지난해 9월 8일 대전 kt전부터 13일 대구 삼성전까지 5연승을 내달렸다. 5연승 전까지 54승66패3무, 승률 4할5푼으로 8위에 처져있던 한화는 5연승에 힘입어 59승66패3무, 승률 4할7푼2리까지 반등하며 순위표 7위까지 올라왔다. 한화는 이 시기 5연승에 힘입어 시즌 최종 성적도 7위로 마쳤다.
이때 연승은 불펜진의 힘이 컸다. 당시 한화는 이태양-송은범-장민재-카스티요-이태양을 선발로 냈다. 하지만 이 중 승리투수가 된 건 장민재가 유일했다. 구원등판한 에릭 서캠프(2승)와 정우람, 윤규진이 승리를 챙겼다.
그렇다면 한화의 선발 4연승은 언제였을까. 달력을 한참 넘겨 2008년까지 향해야 한다. 한화는 지난 2008년 6월 6일 대전 우리전부터 12일 대구 삼성전까지 5연승을 내달렸다. 이 중 7일부터 네 경기는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겼다.
선발투수의 면면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당시 한화는 최영필(KIA)-정민철(은퇴)-류현진(LA 다저스)-송진우(은퇴)가 차례로 등판했다. 이들은 나란히 승리투수가 되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한화의 선발 4연승은 요원했다. 14일 LG전서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하지만 전망이 좋기 때문에 낙담은 이르다. 지난달 28일 팔꿈치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16일 고척 넥센전에 등판할 계획이다. 로테이션대로면 이어 배영수와 오간도, 이태양, 김재영이 차례로 등판하게 된다. 비야누에바가 1군 연착륙에 성공하고 들쭉날쭉한 배영수가 제 모습을 찾는다면 호조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배영수는 올 시즌 승리투수가 된 세 경기서 17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3실점에 그쳤다.
김성근 감독의 극찬을 끌어낸 오간도와 이태양, 김재영도 듬직하다. 첫 등판서 패전을 떠안았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둔 윤규진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수년째 채워지지 않던 한화 선발진의 퍼즐 조각들이 모였다. 이제 제 자리에 끼워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ing@osen.co.kr